서울 문산 간 고속도로가 생겼다는 말은 들었는데 며칠 전 문산에 갈 일이 있어서 서울-문산 고속도로를 처음으로 이용하게 되었다. 뻥 뚫린 고속도로를 불과 30분 정도 달리니 이내 문산에 도착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서 임진강을 좌측으로 끼고돌아 십여 분을 돌아가니 두지리라는 마을에 이르렀다. 이 동네에서 유명한 식당 '원조 두지리 매운탕집'에서 이른 점심을 먹었다.
매운탕집의 겉모습은 기타 다른 음식점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난방을 약하게 해 놓아서 그런지 서늘했다. 잠바를 벗기에는 조금 춥고 잠바를 입고 매운탕을 먹자니 두꺼운 옷이 걸기적 거리는 형국이었다.
이윽고 메기 매운탕이 냄비에 담겨 나오고 가스불을 지피고 나서야 조금 따뜻해졌다. 냄비에 커다란 메기가 살아서 꿈틀대고 이 불쌍한 메기와 눈이 마주친 필자는 살짝 죄책감이 느껴졌다. 눈을 질끈 감고 가스불을 최대로 올려 메기의 고통을 줄여주려는 행동이 필자가 할 수 있는 최대치였다. 이윽고 마늘을 잔뜩 넣어 비린내를 잡은 메기 매운탕을 오동통한 몸통부터 먹다 보니 메기 대가리만 남았다.
메기 대가리를 접시에 옮겨 담고 그나마 살점이 붙어있는 이마와 뒤통수 부분의 살을 발라먹었다. 그렇게 살을 발라먹고 나니 메기의 커다란 입모양과 뼈만 남은 두상은 마치 틀니를 하고 있는 해골모양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사람이라는 존재는 참으로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남은 매운탕 국물에 육수를 추가하고 가스불을 다시 올려 보글보글 끌이자 식당 아주머니가 오셔서 밀가루 반죽을 손수 떼어가며 수제비를 만들어 주신다. 수제비 맛이라야 뭐 다 거기서 거기인 것을 그러나 매운탕 국물이 쫄아서 조금 짰다.
이렇게 한 끼를 매운탕으로 때우고 나서 밖으로 나오니 식당 주변이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식당 간판에 원조라는 두 글자를 붙인 것을 보아 아마도 주변 매운탕집과의 경쟁이 치열한 것 같았다. 두지리 매운탕집 바로 건너편에도 깔끔하게 지은 매운탕집이 있는데 상대적으로 허름한 이 집이 잘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단지 필자만의 생각이지만 메기 매운탕 맛이 특별한 것도 아니고 시설이 깨끗한 것도 아니다. 또한 식당 종업원이나 주인장이 친절해 보이지도 않았다. 이런 정도의 식당이 유명한 이유를 모르겠다. 차라리 파리만 날리는 건너편 식당을 인수해서 조금만 신경을 쓰면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뭔가 모를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직도 이런 유의 식당이 유명하고 장사가 잘되는 오묘한 이유를 잘 모르겠어서 다시금 세상사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노력하는 대한민국 50대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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