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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송년모임이 있어서 5호선을 타고 가려고 퇴근 후 광화문역으로 향했다. 추운 날씨 옷깃을 여미고 장갑을 끼고 시청 앞을 지나가는데 크리스마스트리가 여전히 성탄절의 여운과 연말연시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 뒤로 어른 가슴높이 정도의 흰색 펜스가 설치되어 있어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시청 앞 광장을 스케이트장으로 꾸며 놓았다.
멋진 잠바와 털모자, 빨간 장갑을 챙겨 입은 젊은이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연인으로 보이는 다정한 모습도 보이고 뛰뚱뛰뚱 어린아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활기차고 행복한 모습들이다. 인구 천만이 사는 서울 도심에 저런 스케이트장을 꾸며놓고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서울시의 시민을 위한 행정이 고맙기도 하다.
그러나 불과 한 달 전만 생각해도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가 설치되어 있어 경건하고 침울한 장소였다. 세상사 모든 일이 그렇듯 똑같은 장소에 무엇을 설치해 놓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180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똑같은 말도 예의 바르고 품위 있으며 위트를 섞어가며 말을 하고 속담에도 '같은 값이면 분홍치마라'는 말도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또 2022년이 마무리되어 가는 이때 다시 한번 이태원 참사를 당한 분들과 유족분들에게 심심한 애도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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