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잡초를 타고 올라 주인공인양 피어있는 나팔꽃을 보고 고놈의 나팔꽃을 얍삽한 놈이라고 생각하며 블로그에 몇 자 적어 놓았었다. 대한민국 50대 남자, 세상 살다 보면 주객이 전도될 때가 많다.
그러고 나서 어제 오후 저녁시간이 다가올 때쯤, 나쁜 놈, 나팔꽃이 피어있던 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역시나 저녁시간이 되니 나팔꽃은 그 습성상 아침에 활짝 피었던 꽃 봉오리를 오므리고 있었다. 그러니 이제 주인공의 위치는 잡초로 바뀌어 있었다.
이런 현상을 바라보며 며칠 전 필자가 나팔꽃에 대해 오해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오늘은 나팔꽃이 하는 발칙한 행위에 대해 변호를 해보려고 한다.
찬찬히 생각해 보면 나팔꽃이 곧추서 있는 잡초를 칭칭 감고 오르니 길쭉하고 가느다랗게 자라는 잡초 대궁을 튼튼하게 보강해 주는 역할을 일정 정도 할 것 같다.
너무 세게 감고 올랐다면 잡초가 시들었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서로 도움을 줄 수도 있겠다. 그리고 잡초꽃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려한 나팔꽃이 피는 오전에 나팔꽃이 일단 벌이나 나비를 유혹하면 나팔꽃이 타고 오른 잡초의 허접한 꽃도 모여든 곤충들의 혜택을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것은 '낙수효과'로 볼 수도 있겠다. 또 한 가지 나팔꽃은 주로 오전에 피고 오후가 되면 오므릴 준비를 하게 됨으로 오후 시간의 절반과 밤 시간은 오롯이 잡초가 주인공이 되는 두 식물 간에 시간의 공유가 가능하겠다.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보니 필자가 너무 단정적으로 나팔꽃을 파렴치한 놈으로 규정했던 게 아닌가 하는 반성하게 된다. '미안하다. 나팔꽃아 너를 오해했구나'.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흔쾌히 인정하고 사과하는, 아직은 세상물정 뜨문뜨문 아는, 햇병아리 대한민국 50대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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