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운동을 나가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몇 바퀴 휙~ 돌고 금세 가빠오는 숨을 고르고 뻐근해오는 허리를 추스르려 인라인 스케이트장 트랙 안쪽에 설치된 화강암 벤치에 벌러덩 누웠다. 편안하게 누운 필자의 시야에 가을 맑은 저녁의 어두컴컴한 하늘에 희미하게 빛나는 별 몇 개 겨우 보인다.
이번 달부터 다시 타기 시작한 인라인 스케이트, 필자의 자세가 점점 더 좋아지는 느낌이 온다. 한 바퀴에 100미터 정도 되는 트랙을 하루에 30바퀴씩 도는 것을 목표로 하고 운동 중인데, 일주일에 서너 번씩 나오는 이 시간이 소중하다. 주로 저녁 8시부터 9시까지 한 시간 정도 타기로 목표를 세웠는데 지금까지는 순조롭다.
조용히 하늘을 온전히 전세 내고 벤치에 누워있는데 갑자기 멀리서 댄스음악과 함께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 여학생들이 춤추는 모습이 보인다. 아이돌 그룹처럼 칼군무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짜임새가 있다. 서로 맞춰서 춤을 추다가 틀리는 친구가 있으면 서로 가르쳐주는 즐거운 모습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이제는 빨간색, 파란색 바통을 들고 두 팀으로 나눠 릴레이 달리기를 연습하기 시작한다. 아하! 저 아이들이 가을 체육대회를 준비하러 나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코로나19로 지난 2, 3년간 학교체육대회를 못했을 테니, 올해 열리는 가을 체육대회는 저들에게는 참 오랜만의 가을 축제가 될 것이다. 다른 친구들은 이 시간이면 학원에 가있을 텐데, 그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 체육대회를 준비하는 저 아이들이 기특해 보인다. 이렇게 밝게 노는 아이들을 보고 하루하루 평범한 일상을 되찾아가는 오늘을 소중히 생각하는 대한민국 50대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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