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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50대 남자, 까마귀는 정말로 까망색이다.

by 대한민국 50대 남자 2022.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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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철망 울타리 위에 까마귀 한 마리 조용히 앉아있다. 정말 깜장 색이다. 눈을 감고 뾰족이 튀어나온 오똑한 부리로 먼 곳을 지향하며 다소곳하게 날개와 꼬리는 접고 있으니 마치 조용하게 묵상을 하고 있는 성직자의 모습이다. 경건한 모습이다.
 

철망 울타리 위에 까마귀 한 마리가 묵상하듯 앉아있다.
까마귀


파란 하늘 아래, 격자 모양의 울타리 위에서 완벽한 몸의 균형을 이루고 45도 각도로 부리를 치켜올린 도도한 모습,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으면 놀라 달아날까 두려워, 멀찍이 떨어져서 스마트폰 3배 줌으로 당겨 찍어서 선명한 예술사진은 못된다. 하지만 이 모습을 봤을 때의 필자는 조금 흥분되어 서둘러 스마트폰을 조작하는데 조금 허둥대었었다.

 

그래서 초점은 안 맞았지만 조금 흐릿하게 찍힌 모습이 오히려 더 만족스럽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어떤 경건함이 느껴지는 이 사진이 나만의 느낌인지 모르겠다. 눈을 감아버려 정말 깜장 색인 까마귀, 정말로 이런 모습을 보면 옛사람들이 까마귀 오자(烏)를 만들 때 새 조자(鳥)에서 눈 부분을 빼고 만들었다고 하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아주 먼 옛날 이런 까마귀의 모습을 보고 글자를 만들던 중국 어딘가의 고대인들과 오늘의 내가 시공간을 초월해서 까마귀 한 마리로 서로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경이롭다. 예전 영화배우 장미희 씨가 어떤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으로 이런 말을 했었지. "아름다운 밤입니다" 그래 오늘 아침은 "참 경이로운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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