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모기가 한 마리가 눈앞에 어른 아른거린다. 한겨울에 무슨 모기가 다 날아다니나 하며, 자세히 들여다보니 쌀벌레 나방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아무리 배짱 두둑하고 절대 쏘기 기술로 무장한 모기라도 '우수' 지나자마자 튀어나올리는 만무한 일 아닌가.
부모님이 정정하실 때 귀찮던 쌀벌레 나방
몇 해 전까지, 부모님이 근력이 좋으실 때는 시골에서 농사 지으셔서, 가을 추수하면 방앗간에 도정해서 40kg 들이 자루에 시골에 갈 때마다 두세 자루씩 주시니, 집에서 보관하는 기간이 길어져 쌀이 바닥날 쯤이면 늘 쌀벌레가 생겨 밥 하기 전에 쌀 씻는 일은 용감한 사나이인 내 차지였었다.
그리고 쌀벌레 나방이 들끓기 시작하면, 잡아도 잡아도 또 생겨 나와서 참 번거롭고 징그러웠었다. 그런데 부모님 연로해지셔서 농사를 줄이시면서부터는, 우리 집도 대형마트에서 10kg로 포장된 쌀을 사다 먹기 시작하면서 쌀벌레와의 전쟁은 마감을 했다.
이제는 쌀벌레 나방이 반갑네
그런데, 오늘 한겨울에 쌀벌레를 보니, 번거로웠던 지난 일은 잠시 접어두고, 부모님 정정하실 때의 기억으로 조금은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래서 쌀벌레 나방을 때려잡지 않고 유심히 들여다보니 조금은 반가운 마음마저 든다.
그래서 그동안 귀찮게만 생각하며, 보기만 하면 파리채로 때려잡던 쌀벌레 나방에 대해 궁금해져 지식이랄 것도 없는 사소한 쓸모 지식 얻기, 네이버 지식백과로 여행을 떠나 본다. 그런데 내 맘에 딱 떨어지는 자료가 없다. 그래서 요즘 대세는 Youtube인지라, 유튜브를 검색해 보니 괜찮은 동영상이 검색된다.
쌀벌레 정식 이름은 '화랑곡나방'
그 내용을 간추려 보면, 쌀벌레 정식 이름은 '화랑곡나방'이란다. 성충의 길이는 15mm 정도 되며, 정말로 냄새를 잘 맡는 곤충이라고 한다. 암컷은 수백 미터나 떨어진 쌀이나 밀가루 등 곡식 냄새를 맡고 그곳에 침투해서 한 번에 수백 개의 알을 낳는다고 한다.
수십일이 지나면 알은 부화해서 유층이 되는데, 이 놈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쌀벌레이다. 이 벌레는 미친 듯이 곡식을 먹어댄다고 한다. 쌀나방이 한두 마리 보이기 시작하면, 그 집은 쌀 나방 천국이 되었다고 보는 게 맞다고 한다.
쌀 나방의 특징은 번식조건이 안 맞을 때는 길게는 수백일에 걸쳐 휴면에 들어갔다가, 번식 조건만 맞으면 일시에 활동을 시작한다고 한다. 성충은 이빨이 날카로워서 과자봉지 같은 것도 뚫고 알을 낳기 때문에 과자공장에서도 경계대상 1호라고 한다.
쌀 나방을 막아내는 방법은 냄새를 차단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하는데, 사실 이게 제일 어려운 일이다. 쌀나방이 어느 날 갑자기 들끓게 되는 이유는 암컷 쌀나방이 풍기는 '페로몬'이라는 성분의 냄새를 맡고 온 동네 숫 쌀 나방들이 모여들어서 그렇다고 하니, 종족 본능은 정말 어느 생물이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인간은 역시 더 똑똑하다. 똑똑한 업체에서 페로몬 향기가 나는 쌀 나방 끈끈이 트랩을 만들어 시중에 판매하고 있다 하니, 인터넷이나 쿠팡 검색해서 사용해 보기를 권해본다.
삼천포는 통영시로 바뀌었다.
어쩌다 보니 쌀벌레 나방으로 부모님 생각 떠올리다가, 이상하게도 쌀 나방 퇴치시키는 비극으로 글 마무리가 된다. 그래, 원래 가끔 삼천포로 빠지는 것도 괜찮다.
이래서 삼천포란 동네가 사라졌겠지, 지금은 통영시로 바뀌었다지 아마도. 이 글 읽을 사람도 몇 명 안 되는데 뭐 상관없다. 이런 자신감으로 오늘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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