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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조심', '자연보호' 산행(등산)할때 똑똑한척 하면서 일행들 웃기는 기술

by 대한민국 50대 남자 2022.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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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인 요즘 주말에 북한산에 등산을 가다 보면 예나 지금이나 심심치 않게 현수막이 많이 보인다. 그 내용을 보면 대부분이 '산불조심'이나 '자연보호', '취사금지', '흡연금지', 대부분이 하지 말라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등산객들이 이런 걸 몰라서가 아니라, 현수막을 보고 등산객이 또 한 번 주의를 환기하라는 목적으로 달아놨으리라.
 

등산로에 붉은색 현수막에 흰색 글씨로 '산불조심'이라고 적혀있다.
산불조심 현수막

모임에 웃기는 사람 한 명은 꼭 있다.

보통 등산은 친한 선, 후배들로 삼삼오오 날짜를 맞춰서 산에 가게 된다. 그런데 이런 모임에는 한두 명 정말 유머가 넘치는 사람들이 꼭 있다. 우리 일행 중에도 나보다 몇 살 위에 선배가 계신데, 생김새나 행색도 조금은 도사 같은 분위기를 풍기신다.

 

 

우리 일행이 등산코스 초입에 들어섰을 때, 그분이 잠시 서서 대뜸 낮은 목소리로 "심조불산 하여 호보연자 하라"라고 읆으신다. 그래서 나는 내심 "이분이 나름 학문이 깊으시구나"라고 생각했다. 나머지 일행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모두들 그분을 바라보자, 그분이 기다렸다는 듯이 그 뜻을 아는지 우리에게 묻는다.

  

 

심조불산, 호보연자

당연히 우리가 그 깊은 뜻을 알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그러자 그 형님 잠시 포즈를 주었다가, 능청스럽게 그 글의 해석을 하시는데 '심조불산'은 현수막의 '산불조심'을 뒤에서부터 읆은 것이요, '호보연자'는 '자연보호'를 또 그렇게 읽은 것이었다.

 

 

그래서 앞을 보니 역시 '산불조심' '자연보호' 현수막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래서 모두들 한참을 낄낄대며 산행을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이런 웃기는 일을 겪고 나니, 산에 현수막이 참 많이도 걸려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현수막 거꾸로 읽기 놀이에 산행이 힘든 줄 몰라

산을 오르는 중에 새로운 현수막이 나오면, 그것을 서로 먼저 뒤집어 읽어가며, 웃어가며 힘들지 않게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지금사취' '지금산입' 즉 '취사금지' '입산금지' 이런 것들은 약과였다. 우리가 조금 당황하면서 거꾸로 읽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현수막은 '보양게에쥐람다는리토도'였다. 그 뜻은 뒤집어 읽어 보시라.

 

 

또 한 번 웃음 박살 '뭐시여, 니 시방 지게차여?'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우며 등산을 마치면 꼭 들르는 곳은 바로 막걸리 집이 아닌가. 파전, 도토리묵 등등해서 막걸리 한잔 곁들여 먹으며 또 이야기 꽃을 피운다. 이때 그 형님 또 한 번 우리를 크게 웃겨 주신다.

 

 

말인즉슨 술이 좀 약한 후배가 막걸리를 원샷하지 않고 술잔에 입만 살짝 대고 잔을 내려놓니, 그 형님 큰소리로 말씀하신다, "뭐시여 지게차여? 긍깨 니 시방 지게차냐고?" 후배 무슨 말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할 때, 그 형님 말씀하신다. "왜 술은 안 마시고 잔만 들었다 놨다 하냐고, 그렇게 들었다 놨다 하는 게 지게차가 아니면 뭐여" 우리 일행 모두 폭소를 터트리며 쓰러지고, 그 후배 어쩔 수 없이 막걸리 원샷을 이어간다.

 

 

이 또한 행복이다.

이런 농담 오가며 마시면 모두들 만취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리 일행 중에 주사가 있거나, 술 먹고 실수하는 사람은 없어서 그래도 이 모임이 각자 사모님의 흔쾌한 허락하에 1년에 몇 차례는 이어지니, 이 또한 행복 아니겠는가? 날씨 조금 따뜻해지면 멤버들 연락해서 '심조불산, 호보연자'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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