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한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가, 이야기 화제가 자식들에 관한 이야기로 흘렀다. 이때 갑자기 친구가 까맣게 잊고 있었다며 "너 인마 한참 지났는데 네 딸한테 돈 3만 원인가 급하게 보내야 되는데, 네 은행 어플이 이상하다고 안된다며 나보고 대신 보내 달라그래서 내가 보내줬잖아? 그거 너 아직 안 줬어."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이런 일을 마주하면 정말 민망하기 그지없다.
작은 돈이라도 빌린 건 꼭 갚아야 한다.
그래서 기억을 더듬어보니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미안하다고 하며, 바로 돈을 갚으려고 하니 친구가 손사래를 치며 됐다고 한다. 이 또한 민구스러운 우리네 일상이다. 아무리 친구 간이라도 돈거래는 확실히 해야 한다는 심산으로, 퇴근 후 딸아이에게 딸의 최근 2년간 통장거래 내역을 확인해 보라 하니, 역시 2년 전쯤 그 친구에게 송금받은 기록이 남아있었고, 내 통장 거래 내역에 2년 전쯤의 그 언저리의 거래 내역을 보니 친구에게 돈을 돌려준 흔적이 없다.
그러니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빌린 돈을 여태 떼어먹고 있었으며, 그 친구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도 그 친구 돈을 돌려주지 못했을 것이다. 그 친구도 한 번쯤을 "아! 인마 이거 돈 급할 때 빌려줬더니 작은 돈이라고 까먹고 있네"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쿠팡으로 '서호 용정차'를 해외 직구 대행으로 구매하다.
생각해 보니 그 친구는 중국 차 마시는 것을 좋아하다. 그래서 나는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려는 생각으로 빌린 돈보다 조금 비싼 중국 차를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아는 중국 친구가 있어 중국 차에 대해 자문을 구해보고 난 후, 쿠팡에 검색어를 '중국 차'라고 입력하니 몇 가지 상품이 나온다.
그것들 중에 중국에서 해외직구 대행으로 들어오는 상품들이 여러 개 있다. 배송기간이 일주일 정도로 길다는 단점이 있지만 잘만 고르면 가성비는 뛰어나다. 그래서 요모조모 따져보고, 중국에서도 유명하다는 저장성 서호 용정차 한 세트를 주문했다. 한 일주일 정도 지나니 중국에서 따끈따끈한 용정차가 배달됐다.
물건을 받자마자 기념으로 사진 한 컷 찍어두고, 언박싱의 짜릿한 기분은 그 친구에게 양보하려고 거실 한 귀퉁이에 밀어두었다. 내일 출근해서 친구에게 '오다 주웠다'라고 농을 치며 민망한 마음을 털어낼 수 있다 생각하니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여기서 궁금하다
해외직구 대행으로 물건을 사는데 배송비가 6,000원 밖에 안 한다. 동네 치킨집에서 치킨을 시켜도 배달료가 대충 삼사천 원은 족히 한다. '이 배달료 차이는 어디서 나 오늘 걸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해외직구 프로세스를 나열해 보면 ' 소비자 주문, 주문 대행사 해외 발주, 해외 주문 대생사의 자국 내 구매 절차 실행, 박싱 및 항공 또는 해상 배송, 국내 통관, 국내 직구 대행사 수집 및 국내 택배 발송, 택배사 택배, 배송 완료' 대략 이런 절차를 거칠 것으로 생각된다.
동네 배달료와 해외직구 대행사의 배송료의 차이는 어디서 생기는가?
동네 배달과 해외 배송의 거리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가장 큰 차이는 배송에 걸리는 시간의 차이와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시간에 배달 시간을 맞출 수 있는가의 여부가 배달료의 가치를 부여하다. 결국은 시간의 문제이다. 그리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물건이 소비자에게 까지 배송 절차는 몇 가지 기계적인 절차가 추가되거나 생략될 뿐 국내/외 배송 시스템은 유사하다.
그러나 차이점 물건의 배송 절차에서 물품의 양의 많고 적음이 배송비용의 효율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개별 소비자 요구시간에 맞추는 개별 특화 서비스와 해외 협업, 대량화, 자동화를 갖춘 대기업의 판매, 물류시스템의 차이로 요약할 수 있겠다.
그래도 아쉬운 동네 배달을 바라보는 나만의 생각
동네 배달과 해외 배송을 대략 생각해 보니 각각의 배송비 책정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래도 직관적으로 동네 배달료는 조금 비싸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국내 배달 서비스가 특정 배달 플랫폼에 과점되어 있어서 그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배달료가 비싸면 직접 가서 사 오면 되지, 배달시킬지 직접 가서 살지는 나의 선택사항이잖아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배달로 음식을 시켜 먹는 것이 일상화되어 좋아진 점도 있으니, 소비자인 내가 내 사정에 따라 취사선택해서 소비 행위를 한다면 큰 문제게 될 게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기성세대로서, 대학까지 애써 키운 자식들이 속된 말로 '힘들게 배운 것 써먹지도 못하고 단순히 돈이 좀 된다도 배달이나 해 먹고 산다'라고 하는 데는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든다.
이는 크게 보면 '거대 자본의 데이터 시스템의 가장 효용성 있는 두발 달린 로봇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서글픈 생각마저 든다. 동네 배달로 생계를 유지하시는 분들을 폄하하는 말이 절대 아니다. 부모 된 자의 마음인 것을 알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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