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드론이 처음 장난감으로 대중화될 때쯤, 동대문 장난감 시장에 아들과 함께 장난감 사러 갔네. 장난감을 사러 갈 때는 드론을 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장난감 시장 입구에 드론 한 대가 둥둥 떠 있었네.
그리고 드론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니 주변에서 드론을 쳐다보던 우리 아들을 포함한 아이들이 피리 부는 아저씨 따라가듯 드론을 따라 우르르 몰려가네. 드디어 드론이 사뿐히 내려앉은 곳은 다름 아닌 드론 파는 장난감 가게 앞이었네. 장난감 가게 사장 참 상술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네.
드론 사온 날, 첫 비행에서 바로나무에 걸려
아들놈 성화에 못 이겨 거금 10만 원 주고 드론 한 대 샀다네. 드론을 사 가지고 집에 와서 언박싱 하자마자 아들놈 바로 아파트 놀이터로 의기양양하게 드론을 날리러 갔네. 우리 아들놈 이날만은 동네 스타가 되어 아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지. 그런 모습을 보고 나도 즐겁고 기분이 좋았다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아들 눈물범벅이 되어 집으로 뛰어 들어왔다네. 자초지종을 들어 보니, 날리던 드론이 높은 나무 위에 걸려 버렸네.
너무 높이 걸려 있어서 나무에 올라가기는 엄두도 나지 않아서, 인터넷에 나무 위에 걸린 연 같은 것들 꺼내는 방법을 검색하니, 역시 비슷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경험담이 많이 올라와 있었네. 그중 가능성이 보이는 방법으로, 첫 번째 축구공이나 농구공을 발로 차거나 세게 던져서 드론을 맞춰 떨어뜨리는 방법을 시도했으나 결과는 실패했다네.
두 번째 방법으로 페트병 두 개를 물을 반쯤 담아서 병 두 개의 병목에 노끈을 묶어 빙빙 돌리다 드론을 맞추면 꺼낼 수 있다 하여 시도했으나 역시 실패했고, 세 번째 방법으로 텐트용 폴대를 두세 개 청 테이프로 단단하게 연장해서 드론을 두드려 떨어뜨린다는 방법 또한 실패했네.
아빠는 슈퍼맨이다.
날은 저물어 오고 아들놈은 울음을 멈추지 않고 그러나 어쩌랴 방법이 없는 것을, 그래도 아빠로서 아들에게 슈퍼맨으로 각인돼 있던 그 시절 아빠의 무력함을 보일 수는 없지 않은가? 아들을 데리고 집에 데려 와 밥을 먹이고 재우면서 말했지.
"내일 아침에 네가 일어나면 드론이 네 머리 곁에 있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자라"라고 달래며 아들을 재우고 나서 드론을 한대 더 사 와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해봤으나 아들이 나무에 걸려 있는 드론을 보면 아빠의 슈퍼 파워를 의심할 것 같았다. 그래도 무슨 수가 나겠지 하고 나도 잠이 들었다.
다음날 새벽 나는 업무상 새벽 6시쯤 출근해야 해서 서둘러 출근길에 나섰는데, 역시 간절히 원하는 일은 이루어지나 보다. 우리 아파트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크레인을 장착한 트럭이 재활용장에 오는데, 그날이 바로 그날이 이었다.
크레인 트럭 아저씨에게 사정 얘기를 하니, 기사 아저씨가 흔쾌히 크레인을 높이 올려 드론이 걸려 있는 나무를 힘차게 몇 번 흔드니 드론이 고맙게도 땅에 떨어졌다. 기사 아저씨에게 너무 고마워 1만 원을 사례하고, 드론을 들고 집으로 다시 들어와 아들놈 머리맡에 사뿐히 내려놓고는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했다
그날의 교훈, 나는 포기하기 않는다
나는 그날 이후로도 한동안 아들놈에게 계속 슈퍼맨이 될 수 있었다. 그 유효 기간이 끝난 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어렵고 힘든 일을 겪을 때면 그때의 그 일을 떠올리며 웬만하면 포기하지 않는 좋은 습관을 갖게 되었다. 포기하지 말자, 끝없이 노력하자 그러면 무슨 방법이 반드시 생기리라. 설을 맞아 이런 마음을 다시 한번 다지며 새해를 시작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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