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막내아들이 벌써 고등학교 2학년으로 올라가게 되니 이제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특별히 호들갑을 떨 일이 없다. 그저 텔레비전에서 성탄절 분위기를 띄우는 프로그램들로 채우며 분위기를 띄우느라 애를 쓰고 있다.
이런 밋밋한 크리스마스이브의 오후 막내아들이 조심스레 다가와 친구들 몇 명을 불러 우리 집에서 하룻밤을 같이 보내도 되냐고 허락을 구해온다.
요즘 같은 시절에 남자 고등학교 학생들이 밖으로 나가서 일탈을 하지 않고 그래도 부모님의 통제하에 있는 안전한 집에서 게임이나 하면서 같이 논다는 일은 사실 대견한 일이다. 성탄절임에도 불구하고 수업이 있는 학원을 다녀온 아들이 친구들을 데리고 들어오며 그래도 친구 부모님께 예의를 갖춘다고 깊이 허리를 숙이고 큰소리로 인사를 한다. 이 또한 대견하고 반가운 일이다. 고놈들 키는 이미 필자보다 다들 크고 벗어놓은 신발들은 나룻배만 하지만 여드름 난 얼굴이 아직은 어린 소년들의 모습이다.
아들놈 방에 들어가서 웃고 떠드는 목소리가 거실까지 기분 좋게 들려온다. 치킨을 시켜주고 냉장고에 필자가 마시다 남은 맥주 서너 캔이 있음을 넌지시 알려주었다. 고 나이 때쯤이면 사내새끼들이 부모님 통제하에 맥주 한 모금 정도는 마시는 것도 괜찮다는 필자의 판단이지만 집사람은 큰일 나는 일이라고 손사래를 지어댄다.
이런 아내의 모습을 보며 걱정하지 말라며 "아마도 저놈들이 우리가 이 세상 떠나면 문상 와서 술 따를 놈들일 게야"라고 그리 멀지 않은 예정된 일들로 무마를 해본다. 그렇다. 대한민국에 살면서 필자의 인생을 반추해 봐도 고등학교 때 친했던 몇몇 친구가 평생을 같이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 아들아! 오늘 2022년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는 저 친구들과 의기투합해서 평생 서로 의지가 되는 관계를 맺어가거라. 인생길에 부모형제가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들을 채워줄 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리 막내아들이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부디 이 친구들과 골고루 잘 성장해서 아주 먼 훗날 너희들 부모 돌아가시면 서로 문상 오고 가며 위로하고 힘이 되는 친구로 남기를 기원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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