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감악산을 오르다 보니 산악도로를 낸 구릉의 절개지에 내린 눈이 녹아 흘러 얼음 빙벽이 형성되었다. 지난여름에 왔을 때는 그냥 바위였는데 한 겨울이 되니 얼음폭포가 되었다. 물은 물이요 얼음은 얼음이다. 빗물은 흘러가고 물이 얼어 생긴 얼음은 머물고 있다.
이 얼어붙은 폭포를 보니 '박연폭포'가 생각이 났다. 사실 필자는 박연폭포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그냥 뜬금없이 박연폭포가 떠올랐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에 박연폭포를 검색해 보니 아래의 모습이었다.
필자가 상상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수량도 풍부하고 낙차는 37 미터로 그다지 높지 않지만 나름 운치가 있다. 이 폭포에 서경덕과 황진이의 사랑이 깃들어 있어 셋을 합쳐서 송도삼절이라고 하고 박진사와 용녀 그리고 박진사 어머니의 가슴 아픈 사연도 그 명칭에 배어있다. 또한 북한의 천연기념물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왜 필자의 뇌리에 감악산 절개지의 얼음빙벽이 박연폭포를 떠올리게 되었을까? 모르겠다. 나는 그냥 오늘부터 이 바위 빙벽을 감악산 박연폭포로 부르겠다. 누군가 지나다 만나는 행인이 이 바위 이름이 뭐냐고 물으면 감악산 박연폭포라고 대답해 줄 것이다. 지명이란 것이 누가 태고적부터 정해놓은 것도 아닐 터이고 필자가 그렇게 부르고 또 누군가가 그렇게 부르면 세월의 두께에 따라 그렇게 불릴 수도 있으리라.
감악산 박연폭포라는 지명을 공고히 하기 위해 바위에 이름을 새기거나 라카로 글을 써놓는 황당한 짓은 하지 않겠지만 열심히 그 이름을 불러주다 보면 그리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한 세상 살아가면서 어떤 흔적을 남겨놓고 다니다 보면 혹시 아는가 필자가 지어놓은 이름이 한 개쯤 살아남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렇게 헛되어 보이는 일도 재미있게 생각하며 싸질르며 살아가는 대한민국 50대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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