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센터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다 가는데 아무도 없이 한적하다. 이렇게 호젓하게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천천히 안전속도를 지키며 일정한 속도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다 반대 방향을 보니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는 멈춰서 있다.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해서 사람이 타면 움직이고 사람이 타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시스템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잘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을 무엇이 바빠서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 위해서 바삐 걷는 나 자신이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에스컬레이터는 정해진 방향이나 목적하는 층수가 정확히 정해져 있지만, 우리네 인생은 아무리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도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위해서 사는지 반세기를 살았어도 확실히 알 수가 없다.
시간은 한 톨 흐트러짐 없이 일정하게 흘러가는데, 우리네 인간이 느끼는 시간의 속도는 시시각각 처해진 상황과 인생 희로애락에 따라 달리 흘러간다. 힘들 때는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가는 것 같고, 즐거울 때는 시간이 너무 빠르고, 어려서는 시간이 느리고, 나이 들어서는 세월이 화살 같다.
시간의 속도가 사람의 심리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알면서도 인생을 왜 이리도 서툴게 살아가고 있는지. 정말 알 수 없는 인생이다. 이제 50년 넘게 살아왔으니 오르막길에 올라갈 만큼 오른 것 같다. 올라올 때는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서둘러 바삐 걸어 올라오느라 서둘렀지만, 이제 내려가는 길은 뒤로 걸을 수는 없는 일이니 적어도 내려가는 인생의 에스컬레이터 속도에 맞춰 가드레일에 손 얹고 조심조심 안전하게 정해져 있는 곳까지 편안하게 가야겠다. 이렇게 에스컬레이터 하나를 봐도 인생을 돌아보는 대한민국 50대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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