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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50대 남자, 고3 아들놈이 점점 어른이 되어간다.

by 대한민국 50대 남자 2022.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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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놈이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평소 같으면 주말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일은 어불성설이고, 고등학교 다니는 놈이 정신 못 차린다고 필자의 눈총을 따갑게 받는 아들이다. 그런데 오늘은 일찍 일어나서 문상을 간다고 준비에 여념이 없다.

 

장례식장에 제단이 차려져 있다.
장례식장

 

필자가 젊어서 입던 유행 지난 검은색 계통 양복을 갖춰 입고, 검은색 구두를 신고 준비 중이다. 문상 가서 조문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니, 이미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서 대략 알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문상을 가는 것이니 일정 금액의 조의금을 챙겨주었다. 아들 인생 최초의 단독 문상길을 나서는 것이다.

 

 

문을 나서는 아들놈에게 이런저런 당부의 말을 보태면서도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가족, 친지들의 문상을 제외하고 오로지 필자만의 인간관계로 맺은 지인의 조문을 간 것은 아마도 군대 갔다 와서 처음 경험했던 일이었을 것 같다. 그러니 고등학생인 아들놈의 문상 길이 대견해 보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장례식장이 가까운 곳도 아닌 충청도 천안이라고 한다.

 

 

서울에서 천안이라, 대략 거리로는 100km가 넘고, 시간으로는 편도로만 두세 시간 걸리는 거리이다. 아들놈이 태어나서 혼자 가는 장소로는 가장 먼 곳이니 이 아이에게는 대단한 경험이 될 것이다. 얼마 후 그렇게 집을 출발한 아들이 용산역에서 필자에게 전화를 했다. 내용은 천안에서 친구와 약속한 시간을 맞추려 KTX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기차표가 없어서 곤란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래서 필자는 표가 없을 때는 무조건 KTX 승차장으로 이동해서 가장 먼저 천안으로 가는 열차를 일단 올라타고 입석으로 가다가 승무원을 만나면 현장 티켓팅을 하라고 알려주었다.

 

 

문상길에 기차표가 매진되어 일단 KTX에 올라탔다고 사정 얘기를 하며 자진신고를 하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이렇게 아들에게 알려준 뒤 1시간 정도 지나서 상황이 어떻게 됐나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하니 기특하게도 아빠가 일러준 대로 승차표 없이 KTX를 타고 열차에서 승무원에게 자진 신고하고 추가 요금을 조금 더 내고 잘 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전화기 너머로 전해 듣고  '아! 이제 아들놈 다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앞으로 아들 걱정은 내려놓아도 되겠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마냥 어린애인 줄 알았던 아들놈이 이제는 사회의 일원으로 제 앞일 처리해가는 모습을 보며 대견하기도 하고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 저 아이가 난생 처음 저 홀로 멀리 천안까지 친구의 부친상을 다녀오고 나며, 저 아이도 참 많은 것을 느끼고 성숙해져 있을 것이다. 이런 귀중한 경험을 겪은 아들이 앞으로 성숙한 성인으로 잘 성장해주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돌아가신 아들 친구 부친의 삼가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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