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한 1년 전쯤부터 집에서 설거지를 해오고 있다. 결혼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집사람이 늘 설거지를 해오고 있었는데, 지난해 어느 날 다 큰 세 아이를 포함한 다섯 식구 살림의 상당한 양의 설거지를 하는 집사람 모습을 보다가 참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설거지 같은 힘든 육체노동은 그래도 남자가 하는 것이 나을 듯하여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설거지를 하면서 필자는 많은 것을 느꼈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설거지를 하면 좋겠지만 하루 세 번 양치질도 귀찮은데 삼시세끼 설거지를 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설거지 거리를 싱크대에 모아두었다가 이틀에 한번 꼴로 설거지를 하는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설거지를 할 때면 유튜브에서 한 시간 정도 넉넉한 길이의 콘텐츠를 골라 무선이어폰으로 듣는다. 한 시간 정도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넉넉한 마음으로 설거지를 하려는 의도이다.
이렇게 설거지를 하다 보니 참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깨끗하게 닦여 나오는 그릇들과 숟가락 젓가락. 지저분한 음식 쓰레기를 치우고 나서의 개운함. 한 시간 정도의 설거지는 필자에게는 참 좋은 수양의 시간이다.
그래서 이 좋은 수양의 방법을 아들에게 권해보고 싶었다. 얼마 전 대학에 합격해 3월 말이면 집을 떠나게 되는 아들에게 그때까지 설거지를 해볼 것을 권해보니 아들놈이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삼 일 전부터 아들이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첫날 설거지를 하는 모습을 보며 기념 삼아 사진을 한 장 찍어놓고, 이틀이 지난 오늘 설거지 안 하냐고 하니 아들이 '정작 자기가 사용한 그릇은 거의 없는데 이틀사이에 설거지 양이 이렇게 많냐고' 투정을 살짝 투정을 부리는 모습이 귀엽다. 이런 아들에게 다름 사람이 사용한 것을 본인이 하는 것이 '희생'이란다라고 말을 건네며 저 아이가 그동안 부모들의 희생을 조금이라도 알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희생'이라는 단어를 써놓고 보니 거창하다. 설거지 정도가 무슨 희생인가?
그저 집사람이 하기에 힘들어 보이는 육체노동을 힘이 조금 더쎈 남자가 하는 게 나을 것 같은 마음 정도인 것이다. 희생, 헌신, 봉사. 뭐 이런 거창한 말보다 그저 엄마 아빠가 힘드실 테니 내가 대신하는 게 낫겠다 정도의 마음만 갖고 살아가는 아들이 되었으면 좋게다. 우리 아들이 앞으로 삼 개월 정도의 설거지를 통해 그런 정도의 마음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아들이 세상 살면서 거창한 거 말고 마음이 가는 대로 선하게 행동하면 행복인 것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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