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고장 난 장비를 교체하고 A/S를 보내려고 정말 오랜만에 우체국에 갔다. 커다란 택배 상자를 들고 우체국으로 들어서니 물품을 포장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포장 테이프가 공짜로 비치돼 있기에 더욱 신경 써서 박스를 꼼꼼히 포장을 했다. 여기까지는 순조로웠다.
옆을 둘러보니 택배 송장을 출력할 수 있는 키오스크가 멋지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이 오십이 넘었어도 햄버거나 커피 주문하는 키오스크 정도는 다룰 줄 알기에 당당하게 키오스크 앞에 섰다. 입력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해봐야 수신처와 발신처 주소를 검색해서 입력하면 되는 단순한 기능이다.
그런데 이게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주소를 입력하는데도 지번주소와 도로명주소로 선택해야 하고 스크린 터치로 입력하는 자판도 익숙하지 않아 떠듬떠듬 입력하는고 있었다.
이런 필자의 모습이 영락없는 노인의 모습이었던 것 같다. 지켜보던 젊은 아르바이트 도우미가 다가와 도움을 주어서 겨우 일처리를 할 수 있었다. 송장 작성을 마무리하고 창구 앞으로 가니 대기표를 미리 뽑아놓지 않아 또다시 대기하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필자가 젊었던 시절 어르신들이 왜 저런 일들을 처리하는데 굼뜨실까? 하는 생각으로 도움을 드리곤 했는데 이제 필자가 영락없는 그런 나이가 되어버린 것 같다.
정말로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든다. 출근을 하려면 한 번에 출근을 하지 못하고 빠뜨린 것을 가지러 꼭 한 번은 집에 다시 왔다가야 하고 자동차 키나 안경, 핸드폰, 담배, 라이터 등등 사소한 물건들을 어디다 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애고 큰일 났다 싶다. 이렇게 나이가 들어가는데 필자가 바라는 것은 이런 상태가 개선되는 회춘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노화의 속도가 조금 느려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살아가는 대한민국 50대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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