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포천으로 출장을 나갔다가 늦은 점심으로 뭘 먹을까 잠시 고민하다 스마트폰을 검색하니 주변에 '동교리 순댓국'이라는 음식점이 강추되어 있다. 날도 추운 겨울철이라 뜨끈한 순댓국 한 그릇 먹기로 같이 간 동료들과 의견을 모으고 '동교리 순댓국'으로 향했다.
오후 2시쯤 된 시간인데도 널따란 주차장이 반정도는 차 있었다. 주차를 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창고를 개조한듯한 넓은 식당이었다.
늦은 점심시간인데도 순댓국을 먹는 손님들이 80% 정도는 차 있었다. 어렵지 않게 빈자리를 찾아 앉으니 멋지게 그레이색 계열로 멋지게 염색을 하신 아주머니가 갓 담근 김치와 깍두기를 포함한 반찬을 세팅해 주시며 주문을 받는다.
필자는 얼큰이 순댓국 다른 일행들은 보통 순댓국을 시켰다. 주문을 한지 채 10분이 안 돼서 뜨끈한 순댓국이 나왔다. 대파, 새우젓, 들깨가루를 넣고 입이 델까 입바람으로 후후 불어 국물을 후루룩 먹어보니 맛이 괜찮다. 순댓국 안에 들어있는 순대와 부속물을 먼저 젓가락으로 집어 새우젓에 찍어 먹으니 이 또한 맛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필자가 시킨 얼큰이 순댓국은 상당히 매워서 연신 이마에 땀이 흘렀다. 이렇게 순댓국을 맛있게 다 먹어가는데 필자의 눈에 셀프 코너에 소면 사리가 수북이 쌓여있는 것이 들어왔다. 아차! 순댓국이 뜨끈할 때 소면 사리를 넣어 먹어야 제맛인데 타이밍을 놓쳤다. 그래도 공짜 소면 사리를 포기 못하고 두덩이 들고 와서 맛난 깍두기 국물에 말아먹으니 동료들도 따라먹으며 별미라고 입을 모은다.
이렇게 점심 한 끼를 그런대로 때우고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카운터 옆에 '고객들의 사랑스러운 멍뭉이를 위한 개밥 서비스'라는 안내문이 보였다. 신기한 것을 보면 궁금증이 도지는 성미라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순댓국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돼지고기 부속물을 개밥용으로 무료로 나눠준다는 것이었다.
어라! 또 공짜네! 순간 필자가 근무하는 사무실 근처에 사는 고양이들이 생각났다. 그래서 좀 달라고 부탁을 하니 3kg은 넘을듯한 돼지고기 부속물을 냉동고에서 꺼내주신다. 봉지를 열어 내용물을 살펴보니 대부분이 돼지고기 껍질과 비계였다.
이 정도면 고양이 열 마리 정도 잔치를 해도 충분한 양을로 보였다. 고기 봉투를 트렁크에 넣으며 벌써부터 고양이들의 즐거운 만찬이 눈에 선하다. 이렇게 인생에 큰 도움은 안되지만 특이한 경험을 또 한 번 하게 됐다.
오늘도 이렇게 새로운 재미거리를 자꾸 만들어가는 대한민국 50대 남자다. 혹시 포천 가시는 분들 계시면 '동교리 순댓국집' 한번 들러보시길 권해봅니다. 그래야 필자가 고양이 밥 공짜로 얻어온 보답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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