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올해 늦봄을 지나 초여름이 되었는데도 새싹이 돋지 않는 대추나무를 바라보면 몇 자 적어봤었다.
대한민국 50대 남자, 대추나무 너는 왜 이제야 싹을 틔우니?
오늘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가, 그때 잎을 피우지 않고 있던 대추나무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 대추나무는 가을이 한창인 지금 벌써 나뭇잎을 모두 떨구어버리고 앙상하게 겨울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추나무 꼭대기에는 빨갛게 익었다가 말라버린 대추 몇 알을 달고 말이다.
어떤 나무들은 겨울 끝자락 이른 초봄에 채 녹지 않은 쌓인 눈을 헤집고 나와서 한여름을 지나 겨울이 올 때까지 버텨내며 개고생을 하는데, 이 대추나무란 놈은 남들보다 느지막이 잎을 틔우고 꽃 같지도 않은 자잘한 꽃을 피웠다가 어느샌가 주렁주렁 열매를 맺고 순식간에 잎을 낙엽으로 다 떨궈버리고 동면을 준비하고 있다.
대추나무는 인생 참 효율적으로 살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요놈 참 얄밉다는 생각도 든다. 학교 다닐 때도 꼭 이런 친구들이 있었다. 잠잘 거 다자고, 놀 거 다놀 고도 시험을 봤다 하면 백점이다. 그뿐인가? 운동도 잘하고 얼굴도 잘생긴 데다 성격까지 좋다. 오늘 대추나무를 보니 문득 이런 시샘 나는 친구들이 생각이 난다.
그런 친구들 그렇게 잘나서 지금은 어디서 여전히 주변 사람들 질투 유발하면서 잘들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서 아래를 봐야 마음이 편하다고 했는데, 오늘은 대추나무 보면서 위를 쳐다보고 푸념하면서 별 걸 다 시비를 걸며 아직도 덜 성숙한 인생을 살아간다. 아무리 내 처지를 위안을 해도 부러운 것은 부러운 것이다.
애써 자연스럽게 생기는 질투심까지 억누르며 자기 학대할 필요는 없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그 마음도 내 마음이니 잘 다독이며 감싸고 살아가는 대한민국 50대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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