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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곱게 물들어 간다. 길가의 은행나무는 노랗게 물들어가고 아파트 단지의 단풍나무는 빨갛게 익어간다. 늘 눈에 띄는 동네 야산을 둘러보면 각각의 나무들이 제각각 그들의 유전자 지도에 따라 나름의 모습으로 물들어간다. 물론 올해 기후와 환경에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이겠지만 사람의 눈에는 매년 비슷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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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이 들어가면서 떨어지는 낙엽과 단풍을 보면 지난 시절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겉보기에는 예쁜 단풍잎도 지난 계절의 고난을 견뎌낸 상흔들이 여기저기 보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멀리서 모면 희극이고 가까이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자연계에도 분명 적용되는 것 같다. 단풍나무를 감상하다가 '단풍나무는 열매가 없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과, 대추, 사과는 과일이 있는데 단풍나무 열매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가까이 다가가 단풍잎을 뒤적이며 자세히 보니 단풍 열매가 맺혀있었다. 고래 지느러미처럼 얇은 콩깍지 두 개의 한 끝을 붙여놓은 모습이다. 각각의 콩깍지에 두 알씩 씨앗이 들어있었다. 반평생 살면서 단풍나무 씨앗을 처음으로 인식하는 순간이다. 이렇게 숨겨진 세상의 모습을 조금씩 더 자세히 들여다보며 그 숨겨진 진면목을 발견해가고 있는 대한민국 50대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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