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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50대 남자, 안성시 비봉산 장군바위를 보다가

by 대한민국 50대 남자 2022.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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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안성시에 있는 비봉을 올랐다. 약수사 입구에 주차를 하고 올라가는 코스를 선택했다. 깊어가는 가을 산행은 따뜻한 햇빛 아래 상쾌하다. 미끄러질까 봐 떨어진 도토리, 밤을 피해 발을 디디며 가끔 튼실한 밤을 보면 허리를 굽혀 주워 주머니에 넣으며 걷는 산행길이 한가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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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길에 멧돼지들이 먹이를 찾느라 땅을 뒤집어놓은 습지를 지나 대부분 얕은 경사로를 30여분 지나니 비봉정에 이르렀다. 팔각의 비봉정은 조성한 지 얼마 안 되는 듯 새집 같은 느낌이 든다. 비봉정에 올라 안성시를 굽어보고 사진도 몇 장 찍어본다. 비봉정을 내려와 능선길을 따라 반대방향으로 얼마간을 걸어가니 장군바위가 나온다. 유명한 산들의 바위에 비길 바는 못되지만 비봉산에서는 가장 유명한 바위인가 보다. 크기는 크지 않지만 산속의 정기를 한 몸에 받는 것으로 안성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 같았다.

팔각정은 조성한 지 얼마 안 되는 듯 새집 같은 느낌이 든다
비봉산 팔각정
바위에 글자 몇 자가 새겨져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니 뜨문뜨문 아는 글자들이 있다. 주위를 두러 보니 안내문이 있고 글자의 해석이 적혀있다. 그중 가장 긴 글씨는 '알욕존리 존화양이'(遏慾存理, 尊華攘吏)이다.
비봉산 장군바위

바위에 글자 몇 자가 새겨져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니 뜨문뜨문 아는 글자들이 있다. 주위를 두러 보니 안내문이 있고 글귀의 해석이 적혀있다. 그중 가장 긴 글씨는 '알욕존리 존화양이'(遏慾存理, 尊華攘吏)이다. 강복선(1852 ~ 1891)이라는 분이 새겨놓았다고 하는데, 해석은 '욕심을 버리고 도리를 따르라. 임금이시여 오랑캐를 물리쳐 주십시오'라고 안내문에 적혀있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 존화양이는 해석을 잘못해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존화양이에서 화(華) 자는 중국을 뜻하는 것으로 청나라 말기에 서양 세력을 물리치자는 구호로, 중국 즉 '청나라(중국, 중화)를 높이고 서양 오랑캐를 물리치자'로 해석하면 맞을 듯하다. 구한말에 조선에도 전국 팔도에 척화비를 세워 서양세력을 배척하고 쇄국하는 운동과 그 괘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에 존화양이를 제대로 조선의 실정에 맞게 변형해서 썼다면 '존 왕(王)양이나 존한(韓)양이' 정도였다면 적당했을 것 갔다. 오늘을 살면서 구한말 조선이 망해가는 과정을 역사로 배운 필자의 입장에서는 저런 글씨나 바위에 새기며 나라를 구하자고 결기를 다질 시간이 있었으면 차라리 칼 한 자루를 더 만들어서 실질적으로 나라를 구할 방법을 찾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필자의 입장에서는 가을 산행길에 만나게 되는 이런 류의 조금은 강제된 애국 문화 같은 것을 보면 왠지 씁쓸해진다. 성격이 별나서 그런 걸 어떻게 하겠는가. 장군바위를 주변을 둘러보니 그래도 사람들이 영험한 바위라고 생각했는지 여기저기 기도드린 흔적과 오백 원짜리 동전 한 개와 백 원짜리 동전 몇 개가 바위에 정성스럽게 올려져 있었다. 부모님 자식들 걱정을 달고 사는 나이가 되었으니, 두 손 합장하고 기도를 드린다. 그러나 앞서 비딱한 생각을 해서 그런지 장군바위께서 필자의 소원을 선듯 들어주실 것 같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들어 살짝 후회도 된다. 참나! 세상 삐딱하게 보다가도, 부모님 자식을 위해서는 금세 반성하게 되는 대한민국 50대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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