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20일 오전 8시 45분 남산타워가 사라졌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얘기인가? 그러나 필자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필자는 서울 남산을 자주 오르내리는데 이날도 아침 운동을 할 겸 해서 남산에 올랐다.
장충단 공원 방향에서 리틀야구장을 끼고 오르는 등산로를 이용했다. 안개 낀 장충단 공원을 지나서 안개 낀 남산을 거니는 산뽀길은 정말로 좋다. 스마트폰으로 안개 낀 장충단 공원을 검색해서 이어폰으로 들으며 봄날 아침 산책을 만끽했다.
서두를 일도 없고 팔자걸음도 좋다. 오가는 사람도 많지 않으니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안개 낀 장충단 공원'을 '안개 낀 남산'으로 바꿔 흥얼거리며 걸어도 민망할 것도 없다.
그렇게 평소보다 10분 정도 늦은 40여분을 걸어 남산 정상에 올라 버스 정류장에 이르니 어라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가 다녀갔나? 남산타워가 보이지 않는다. 육중한 남산타워가 사라진 남산은 왠지 왜소해 보였다. 이때다 싶어 사진을 한 장 찍어놓는다.
필자가 느끼기에 그렇게 심한 안개도 아닌 것 같은데 남산타워가 보이지 않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이런 현상을 보며 눈에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다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물은 물이요 산은 산'이다.
이런 성철 스님의 선문답도 떠오르는 것을 보니 아마도 안개 낀 남산을 걷다 보니 필자 자신도 선계에 이른 것 같았다. 그래 신선이 따로 있겠는가? 사람 마음먹기 나름이지. 한 세상 살면서 신선일 때는 신선이고, 야박한 인간세상에서는 필요에 따라서 극한의 사람이 되며 살자. 어찌 사람이 한평생 살면서 한결같이 살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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