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에 위치한 칠보사라는 사찰에 들를 일이 있었다. 칠보사가 방문 목적이 아니고 주변에 일이 있어서 간 김에 둘러볼 기회가 된 것이었다.
필자는 불교신자도 아니지만 칠보사 전경을 둘러보며 합장하고 화장실에 들르러 가는 길에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세한도'에 나오는 집과 비슷한 건물을 발견했다. 건물이랄 것도 없이 고즈넉하게 숲 속에 홀로 서있는 모습이 외관상으로 흡사 세한도의 초가와 닮았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인터넷으로 '세한도'를 찾아보니 필자가 발견한 건물이 세한도 그림 속 건물보다는 아담하다. 두 건물이 다른 점은 세한도 속 건문에 둥그런 문이 이 건물에는 네모난 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건물 주변의 풍경도 세한도 속에는 늙은 잣나무 다섯 그루가 쓸쓸하게 서있지만 칠보사 세한도 건물 주변에는 봄날 연두색 숲이 무성하고 지난겨울을 잘 버틴 단풍나무가 붉은빛을 잃어가는 잎사귀를 여전히 건사하고 있다.
문 앞에 서서 목소리를 가다듬고 "추사 선생님 계십니까?" 하고 불러보면 허리굽은 추사 선생이 어기적 나와 필자를 맞이할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만약에 이 건물이 개인땅이면 적절한 가격에 인수해서 잣나무 몇 그루 심어놓고 현대판 추사 김정희 놀이라고 해보고 싶은 상상도 해본다. 어찌 됐든 칠보사에 들러 필자만의 상상으로 추사 선생도 만나고 급한 용변도 해결하고 또한 칠보사에 합장하면 건강무구를 기원하였으니 벌써 5월을 향해 달려가는 2023년에도 괜찮은 일들이 많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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