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으로 출장길에 거래처 분들과의 식사를 하게 되었다. 필자가 대접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그럴듯한 식당이 없나 검색을 해보니 남한산성 근처의 관광지 안에 있는 '백제장'이라는 한정식집이 추천되었다.
예약을 위해 전화를 하니, 이 집은 30명 이상의 단체손님만 예약을 받는다고, 몇 분 안 되시면 오셔서 상황에 따라 바로 식사를 할 수도 있고 기다릴 수도 있다는 다소 무뚝뚝한 대답을 한다.
그래 이 정도로 손님에게 당당한 자세라면야 음식 맛에는 자신이 있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오전 업무를 마치고 예약도 안된 이 식당을 네비에 찍어놓고 찾아갔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안개비 내리는 날씨에 남한산성관광지의 한옥들과 주변 풍광들이 고즈넉하다. 식당으로 들어서니 커다란 짖지도 않는 개 세 마리가 우리 안에서 혀를 내밀고 씩씩대며 우리를 맞이한다.
식당 건물입구 처마밑에서는 남자 주인장인듯한 분이 숯불에 고기를 구워대는 통에 벌써부터 입에 침이 고인다. 이 냄새를 하루종일 맡아댈 강아지들은 정말로 곤욕이 아닐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떡 벌어진 한정식 수라상을 받기 전에 식전 끽연은 필수라. 담배 한 대 입에 물고 한옥으로 꾸며진 식당 정원을 둘러보니 멋들어진 자태의 소나무와 마당 가운에의 우물이 눈에 들어온다.
소나무는 그렇다 치고 우물을 실제로 본지는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다. 옛날에 저 정도 우물이 집에 있었다면 분명 대갓집이었을 것이다. 우물 안을 들여다보니 그 깊이가 상당했다. 음습한 우물 안을 들여다보다가 이내 옛 추억이 떠오른다.
필자의 어리 시절, 동네 사내아이들은 국민학교 3,4학년쯤이 될 무렵부터는 통과의례가 몇 가지 있었다. 그중 하나가 동네 뽕나무 밭 가운데에 있는 우물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이었다. 우물의 직경은 사내아이들의 양다리를 쭉 뻗으면 디디고설정도의 폭이었다.
다리를 쭉 벌리고 돌로 쌓은 우물 안을 한 발 한 발 두려움을 이겨내고 내려가서 물 있는 곳까지 내려가서 손으로 우물물을 손으로 찍고 다시 올라오면 드디어 사내아이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었다. 그렇게 우물 들어갔다 오기를 통과하고 나면 드디어 또래들에게 사내아이로 인정받게 되었었다.
지금 생각하면 큰일 날 위험한 일들을 기특하게도 잘 견뎌왔다. 그렇게 그렇게 살아왔으니 이 험한 세상 살면서도 잘 적응해 가며 사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제 객기 부릴 나이는 한참 지났지만 그래도 문득문득 스카이 다이빙이나 번지점프 정도는 죽기 전에 한번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사는 대한민국 50대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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