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서예를 취미로 삼고 있다. 그런데 필자는 뭔가 하나를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 아니다. 그냥 취미로 가볍게 시작해서 가볍게 끌고 가고 중도포기도 쉬우며, 다시 시작도 쉽게 하는 그런 성미다. 나는 이런 나 자신의 성정이 좋다.
운동이나 예술분야 등 관심만 생기면 일단 시작해 보는 성격이다. 어느 한 분야에 푹 빠져서 잘하는 일은 없지만, 안 해본 것은 별로 없는 즉, 분야는 넓고 깊이는 일천한 그런 사람이다. 이런 필자의 성격으로도 그나마 꾸준히 즐기고 있는 취미가 바로 서예인데 주변에 서예 잘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 필자는 그들과 경쟁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고 그 흔한 서예 공모전에 출품해서 입선이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조차 갖지 않고 사는 인생이다.
그래도 10여 년간 쓰다가 말다가를 반복하면서도 붓글씨를 흉내 내고 있으니, 필자에게는 서예가 그나마 제일가는 취미인 것 같다. 서예를 하다가 전각을 하게 되고 전각을 하다가 동양화 배접을 한다고 하고 또 이제는 붓걸이를 만들어본다고 기웃대고 있다.
붓걸이를 만들기 위해서 붓걸이를 지탱하는 나무로 사과나무 밑동을 구했고, 아파트 단지 나무들 가지치기해 놓은 더미를 뒤져서 적당한 모양의 나뭇가지를 구했다. 집안 구석에 처박혀있는 공구통에서 이런저런 공구를 꺼내 들고 뚝딱뚝딱 쓱싹쓱싹 필자에게는 경쾌한 창작의 리듬소리가 집사람에게는 아랫집 민원이 걱정인 모양이다.
구멍을 뚫고 기둥을 세우고 붓걸이가 엉성하게 모양을 갖추어 뿌듯한 마음에 사진을 한 장 찍어 붓글씨 쓰는 지인에게 자랑삼아 카톡으로 보내고 나이 이내 좋아요 이모티콘이 답재한다. 그렇다. 이렇게 사는 게 재미 아니겠는가? 뭔가를 구상하고 구상을 현실의 물건으로 만들어내고 혼자만이라도 뿌듯해하는 삶. 이런 것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붓걸이 하나가 필요하여 붓걸이를 만들었다. 내가 보기에 그 모양이 좋았더라. 이것이 나만의 붓걸이 창세기일지니라.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신은 수면에 운행하시니라. 하나님이 가라사대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 그 빛이 하나님의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나님이 빛과 어두움을 나누사 빛을 낮이라 칭하시고 어두움을 밤이라 칭하시니라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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