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맛 같은 봄비가 내리는 퇴근길, 필자가 사는 아파트 단지를 들어서자 말 그대로 꽃길이 열렸다. 벚꽃 잎이 봄비에 떨어져 주차장의 차는 꽃마차로 단장을 했고 야외 테이블과 의자는 꽃무늬가 곱게 내려앉았고 길은 꽃길이 되었다.
일시에 아파트 단지를 뒤덮은 벚나무는 그렇게 꽃잎을 온 세상에 나눠주고도 그럴듯한 자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며 필자가 느끼기에는 몇 년 전부터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해 줄 때 자주 쓰는 말인 "꽃길만 걸으세요"라는 인사말이 떠올랐다.
참 좋은 말이다. 이런 좋은 말을 필자의 기억으로는, 우리가 몇 년 전만 해도 잘 안 쓰던 말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찾아보자. 이 말이 언제쯤부터 자주 사용하게 되었는지를.
구글에 검색어로 "꽃길만 걸으세요"라고 입력하니 단박에 나무위키에 유행어로 분류된 자료에 "꽃길만 걷자"라는 제목으로 정리가 잘 되어있다.
이 자료의 유래 부분에 다음과 같이 되어있어 인용해 본다.
1. JYJ 노래 중 김준수가 작사, 작곡한 낙엽이라는 곡의 '꽃이 진 후에 우리는 다시 시작'이라는 가사에서 파생되었다는 주장이 있다.
2. 인스티즈를 비롯한 연예인 관련 커뮤니티에서 '가시밭길을 걷지 말고 꽃길만 걷자'는 뜻으로 '꽃길만 걷자'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는 의견이 있다. 이에 관해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 꽃에 나오는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는 그 꽃'의 소절을 인용한 SHINee 팬덤의 꽃길만 걷자는 인터넷 글로부터 나왔다는 설이 있다.
3. 프로듀스 101에서 김세정이 중간순위 1위를 차지한 뒤 소감으로 어머니에게 "이제부터 꽃길만 걷게 해 드릴게요"라고 말한 이후로 더 많이 알려졌다.
대충 맞는 말인 것 같다. JYP 나 인스티즈, 프로듀스 101 등에 관련된 유래설은 필자 같은 50대 중반의 입장에는 최근의 발생한 일정도로 느껴지는 시간의 개념이니 말이다.
그러나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은 어려서 교과서에도 배웠고, 마야가 2003년에 노래로 발매해 어디선가 이 노래가 나오면 흥얼흥얼 따라 할 정도로 익숙하다. 이참에 유튜브에 검색해서 이 노래나 한번 들어봐야겠다. 노래를 들으며 오늘 걸은 필자만의 꽃길을 다시 한번 음미해 봐야겠다.
마야의 진달래꽃(2003)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날 떠나 행복한지 이젠 그대 아닌지
그댈 바라보며 살아온 내가
그녀 뒤에 가렸는지
사랑 그 아픔이 너무 커
숨을 쉴 수가 없어
그대 행복하게 빌어줄게요.
내 영혼으로 빌어줄게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내가 떠나 바람 되어 그대를 맴돌아도
그댄 그녈 사랑하겠지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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