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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시작되자 마자 죽어 나자빠진 왕벌을 보며...

by 대한민국 50대 남자 2023.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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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이 참으로 안 좋은 습관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그래도 30년째 흡연을 하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담배의 장점도 몇 가지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중 하나가 담배를 피우려면 밖으로 나가야 하고 더욱이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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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려면 일정정도 원치 않는 산책을 해야 하고 또한 담배를 피우는 오분정도의 시간 동안은 이런저런 사색과 함께 하늘도 올려다 보고 땅도 내려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 한 갑을 피우는 필자는 그래서 적어도 하루에 20번은 짧은 산책을 하고 100분(5분*20번)은 사색을 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고 담배가 주신 은혜인가?
 


오늘도 봄날 따사로운 햇살을 가로지르면 흡연장소로 가서 담배 한 대 입에 물고 발아래를 내려다보니 꽤나 커다란 벌 한 마리가 죽어있다. 벌의 생명주기가 어느 정도 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커다란 왕벌이 한겨울 지나 꽃피는 봄날에 죽어있는 것을 보면 적어도 작년에 성충이 되어 어딘가 은신처에서 겨울을 버티고 나와 꽃을 찾아왔다가 죽은 모양이다.
 
요놈의 죽음인 자연사인지 사고사 인지는 모르겠지만 춘분 지난 초봄에 더욱이 꽃들이 만개하기 시작하는데 좋은 시절에 죽었다는 사실이 측은하다. 저 놈은 또 필자 무슨 인연으로 여기까지 날아와 죽어 필자의 마음을 아련하게 하는가? 참으로 모를 일이다. 그래도 죽은 벌의 명복을 빌기 위해 콘크리트 바닥에 있는 사체를 손으로 집어 풀들이 새순을 끌어올리는 풀숲으로 옮겨주었다. 담배를 피우며 오늘도 여전히 자잘하고 깨알 같은 생각들의 깊이를 끌어 내려보고 블로그에 적어보는 대한민국 50대 남자다. 흡연. 그거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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