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는 참으로 변화가 별로 없는 나무다. 항상 푸른 바늘같이 뾰족한 잎을 품고는 봄이 되어 다른 나무들은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는데도 홀로 무던히 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 무던해 보이는 소나무도 봄이 되면 꽃이 피고 가을이 되면 솔방울이라는 열매를 맺고, 겨울에는 소나무 아래 누런 솔잎들이 수북이 쌓여갈 것이다.
소나무는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한 세상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사람들 눈에는 그저 '늘 푸른 소나무'로 각인이 되어있으니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오늘 필자는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가 흡연장 근처에 적당한 크기의 만만해 보이는 소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필자의 눈높이 보다 조금 높은 키의 소나무라 살짝 올려다보니 소나무도 봄을 맞이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맞다. 소나무도 봄의 활동을 시작하고 있었다. 뾰족한 잎사귀 사이로 투박하지만 길쭉한 꽃봉오리 같은 것을 만들면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소나무에도 꽃이 있나 싶겠지만 소나무도 식물인지라 꽃이 있다. 그 모양을 잘 설명을 할 수는 없지만 얼마 지나지 않으면 소나무 꽃가루인 송홧가루가 온산에 날아다닐 것이다. 소나무꽃이 한창 피었을 때 비라도 내리면 노란색 송홧가루가 빗물이 만들어내 작은 물줄기를 노랗게 물들일 것이다.
아마도 비염이나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별로 반기지 않는 상황이겠지만 필자는 시골출신이라 이런 송홧가루를 보면 어린 시절 어머니와 동네 아낙들이 봄이면 소나무 군락지 아래 큰 보자기를 깔고 소나무를 흔들어 송홧가루를 채취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이렇게 어렵사리 모아 온 송홧가루는 햇볕에 말려 잘 보관해 두었다가 추석이나 설날에 먹는 송홧가루 다식을 만드는데 요긴하게 사용되었다.
오늘 대부분 사람들이 무심히 지나치는 소나무의 꽃순을 들여다보다가 어린 시절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송홧가루 다식도 생각이 나고, 아무도 몰라주지만 세상만물은 저마다 그들만의 삶을 때맞춰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래 삶은 그런 것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세상이 호들갑을 떨지 않아도 저 홀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길은 나만의 길이니 남의 시선이랑 괘념치 말고 그렇게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대한민국 50대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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