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같이 50대 중반쯤 되는 나이의 사람들은 '교차로', '벼룩시장' 등 생활정보지 이름이 익숙할 것이다. 그런데 과거에 길거리에서 흔히 접할 수 있었던 생활정보지들이 스마트폰으로 들어왔으니 이름하여 '당근'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이 어플을 이용하여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것을 일러 '당근 하다'라는 말이 생겨났으니, 아마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당근 하다'라는 말도 표준어로 자리 잡아 국어사전에 등재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가 당근을 처음 이용해 본 것은 작년이었다. 임시로 사용할 전자레인지가 필요해서 어플을 깔고 검색을 해보니 지역을 기반으로 거래를 하는 것을 기본 포맷으로 하고 있어서, 사용자 거주지역과 근무지 등으로 2개 지역을 검색, 거래지역으로 설정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소소한 물품들을 직거래로 하는 게 편한 방식이라 그런 것 같다.
당근의 또 하나의 장점은 '무료 나눔'이라는 것이다. 집안에서 쓰다가 쓸모가 없어졌지만 돈 주고 버리기는 그런 계륵 같은 물건들을 무료로 주고받아 서로 윈윈 하는 시스템이다.
어제 집사람으로부터 안방 구석에 10여 년간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피아노를 처분하라는 명을 받았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검색해서 맨 상단에 뜨는 피아노 처분링크에 들어가 전화를 걸어보았다. 상담자가 피아노 사진이 찍어 보내라고 해서 쌓인 먼지를 대충 털어내고 사진을 찍어 보내니 즉각 35년 된 피아노로 처분비용은 14만 원이라고 구두견적을 냈다.
버리는데 14만 원이라. 아까웠다. 그래서 당근에 들어가 찍어놓은 사진으로 '무료 나눔'에 올리니 올리자마자 '당근'하는 경쾌한 알림음이 밀려온다. 순식간에 3명이 서로 달라고 하는 통에 선착순의 원칙에 따라 가장 먼저 연락이 온 분과 약속을 잡고 피아노 무료 나눔은 예약되었다고 고지를 올렸다. 이렇게 해서 필자 생애, 두 번째 당근거래는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
당근에서 한 번의 물건 사기와 한 번의 무료 나눔. 앞으로 살면서 당분간은 '당근 하기'가 종종 있을 것 같다. 나이 들어가면서 아이들은 독립해 나갈 것이고 호젓이 남은 우리 부부 내외에게는 당근 하기에 좋은 물품들이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인생을 살면서 당근하고 당근 하고, 집사람이 뭐라 하면 무조건 '당근'하는 무조건 긍정과 복종을 하면서 당근 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대한민국 50대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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