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장인께서는 치킨을 정말 좋아하신다. 그래서 가끔 처가댁에 갈 때면 치킨을 한 마리 꼭 사가는 것이 사위노릇하는 일중 가장 기분이 좋은 일이다. 지난주에도 장인어른 생신이 이번주 주중이어서 주말에 미리 찾아뵈었다.
처가댁 근처에 도착하기 30분 전에 처가댁 근처 치킨집에 순살 치킨을 한 마리 주문했다. 도착하면 바로 찾아서 치킨냄새 풍기며 위풍당당하게 처가댁으로 들어서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치킨집에 도착해서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오후 10시가 넘은 시간에도 서너 테이블에 손님들이 치맥을 먹으며 각자의 썰들을 풀어가는 모습이 정겹다. 주인장에게 전화번호 끝자리로 주문한 치킨을 찾으러 왔다고 하니 잠시만 기다리시라고 한다. 카운터 앞에서 잠시기다리는 동안 필자의 눈에 들어온 글귀가 있다. 고딕체로 또박또박 쓰인 글씨인데 내용이 재밌다.
"살다 보니 인맥보다 치맥이더라" 캬! 맞는 말이다. '인맥' 참 중요한 단어다. 그런데 인맥을 맺으려면 참으로 많은 공이 들어간다. 스치는 인연도 있고 각시 같은 천생연분도 있도 철천지 악연도 있다. 그런데 나이를 쉰 살 넘게 살다 보니 사람들과 더불어 큰 잡음 없이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달아 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젊어서는 인맥을 넓히는라 참으로 많은 노력을 했는데 나이 드니 넓혀놓은 인맥이 부담스럽다. 맺어놓은 인연을 자연스럽게 내려놓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이렇게 치킨집에서 만난 이 글귀 "살다 보니 인맥보다 치맥이더라"가 눈에 확 들어왔던 모양이다.
치맥은 배신할 일도 없고 잠시나마 먹는 이로 하여금 눈과 코 그리고 입을 즐겁게 해 주고 유지비용도 단돈 몇만 원이면 되는 흔치 않은 아이템이니 말이다. 그래 이제부터는 정말로 좋은 인연들과 가볍게 치맥 먹고 마셔가면서 서로 부담 주지 말고 가볍게 살아가야겠다. 그러다 보면 필자도 미래의 사위 놈에게 치킨 좋아하는 장인으로 찍혀 소고기 사드려야 한다는 부담도 덜어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장인어른 감사합니다. 소고기 보다 치킨 좋아하셔서 사위 부담이 많이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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