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제천에 사는 지인의 별장에서 하룻밤 묵었다. 충주호의 일부인 청풍호가 내려다보이는 산중턱의 별장에서의 하룻밤이었는데 늦은 밥까지 술 한잔하며 회포를 푸느라 아침이 되어서야 호수 낀 주변의 풍경이 눈부시도록 아름답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난밤의 과음으로 쓰린 속이지만 별장 앞 과수원을 둘러보니 금세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주변을 산책하는데 별장 주인이 나오셔서 새로 낳은 강아지를 자랑하신다. 별장에서 묶어놓고 기르는 수컷 진돗개에게 놓아 키우는 영특한 견종불명의 암컷이 구애를 해서 여섯 마리의 강아지를 낳았단다. 그런데 요놈들이 엄마 아빠를 닯아서 그런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영특하다고 자랑을 하신다. 그러면서 한 마리 가져다 키우라고 권하셨다.
필자는 시골 출신이라 강아지를 아파트에서 키우는 것에 별로 흥미는 없지만, 까만 털에 새까만 눈동자를 말똥말똥 굴리는 모습을 보고 뒷일은 생각 안 하고 집으로 데리고 왔다. 제천에서 서울로 오는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보채지도 않고 물만 조금 마시고 이내 잠이 들어서 참 편하게 데리고 왔다. 집에 도착해서 급한 대로 욕실 앞에 놓여있던 매트로 임시 거쳐를 마련하고 접시에 우유를 따라주니 착착착 혀 핥는 소리를 내며 잘도 먹는다.
무뚝뚝한 아들놈은 참키캔을 하나 따서 어디서 얻어 들었는지 저염식으로 처리를 하고 계란 프라이와 함께 강아지 환영 밥상을 차려준다. 먼 길에 어린놈이 처음 오는 낯선 곳에서도 기특하게 잘도 먹는다. 잠잘 시간이 되어 불을 끄니 그래도 필자가 이제부터 주인인 줄 알았는지 필자 곁에 와서 안긴다. 아 얼마 만에 어린것과 한 이불 덮고 자는지 기분이 야릇하다.
필자가 아침에 일어나서 움직이니 요놈이 필자를 졸졸 따라다니다가 필자가 앉은 의자아래로 들어가서 필자의 발을 핥아댄다. 나쁘지 않은 촉감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은 벌써부터 똥을 싸고 곳곳에 오줌을 싸고 돌아다닌다. 막내아들놈은 강아지 오줌을 싼 곳만 필자에게 손짓으로 알려줄 뿐 닦을 생각을 안 한다.
어쩔 수 없이 필자가 휴지를 들고 강아지 뒤를 따라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벌써부터 강아지 배변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유튜브를 검색하고 있는 필자 자신을 내려다보니 그래도 나름 재미있고 새로운 생활의 활력이 살아나는 듯하다. 이래서 사람들이 반려견을 키우는가 보다. 어찌 됐든 저 귀여운 강아지가 무슨 인연으로 우리 집에 들어왔는데 우리 집에 머무는 동안은 건강하고 활기차게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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