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필자는 알고 지내는 어르신댁에 들를 일이 있었다. 잔디가 잘 가꾸어진 마당에 파라솔을 씌운 테이블에 앉아 커피도 한잔 얻어 마셨다.
커피를 내오신 안주인 어르신이 이내 옆자리에 앉아 더덕을 다듬기 시작하셨다. 파릇한 잎사귀에 굵직한 더덕을 다듬으시며 이내 바깥양반을 향해 정겨운 타박을 시작하셨다.
"아니 이렇게 늦봄에 더덕을 캐오면, 이렇게 푸석푸석해서 어디에 쓰라는 거예요. 영양분도 다 빠져나갔잖아요. 더덕은 늦가을에 캐야 되는 것을 이제 곧 여름인데 더구나 이렇게 더덕을 많이 캐오면 어쩌라는 거예요."
이에 응대하시는 바깥 어르신 왈 " 아니 내가 집으로 오는데, 이웃집에서 더덕밭을 트랙터로 로터리 친다고 가져갈 만큼 캐가라는 걸 어떡해요. 지금 캐가지 않으면 로터리로 갈아버린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캤는데 캐다 보니 욕심이 생겨서 이렇게 많이 캐왔지. 내가 더덕을 가을에 캐야 되는 것을 몰라서 그러는 줄 알아."
이렇게 두 어르신의 오가는 대화가 타박이지만 얼굴에는 오랜 정이 묻어나는 미소가 살짝 드리운 것을 필자는 간파했다.
그래서 한 마디 거들었다. 저희 집에도 듣고 있으면 부모님께서 하루 종일 티격태격 싸우시는 것 같지만, 사실은 두 분의 대화가 그런 스타일어서 그렇지, 사실은 일상적인 대화를 그렇게 하시고 계신다고. 그리고 거기에 사랑이 숨어있는 것 같다고.
어르신들의 저런 대화방식이 정겹기는 하지만, 필자는 그러고 싶지는 않다. 좋으면 좋음을 잘 표현하고 사랑하면 사랑이 묻어나도록 잘 표현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어르신들은 어르신대로의 방식으로, 필자는 필자가 생각하는 방식대로 그렇게 살아가면 될 것 같다. 굳이 어느 방식이 옳다고 자웅을 겨룰 일이 아닌 것 같다. 그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서로가 알아주고 이해한다면 그것이 최고의 대화가 될 것이다. 다만 전제조건은 상대가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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