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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중순을 지나가는 요즘 이른 아침 출근길 날씨가 쌀쌀하다. 옷깃 여미고 머플러 두르고 출근하려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이제는 앉을만한 자리만 있으면 무조건 주저앉게 되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비어있는 버스 정류소 의자에 앉았는데 의자가 따뜻하다. 누가 먼저 앉았다가 금방 일어나서 버스를 타고 갔나 하고 순간 생각했지만 의자에서 올라오는 온기가 예사롭지 않다. 고개를 숙여 의자를 살펴보니 전기 온열장치가 설치되어있는 벤치였다. 참으로 편리한 시설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엉덩이가 따뜻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그러다 문득 서울 시내에 버스정류장이 몇 개인데 이렇게 의자마다 전기 온열을 시키려면 상당한 수준의 전기료가 들어갈 텐데 하는 생각이 밀려왔다. 최근 뉴스에서 한전의 누적 적자가 곧 30조에 이른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었다.
그런데 이렇게 추운 차도변에 설치된 의자가 따뜻하게 느낄 정도로 히팅을 하려면 얼마나 많은 예산이 들어갈까 하는 걱정도 된다. 물론 예산만 된다면야 문제가 될 것이 없겠지만, 나라살림이나 집안 사정 모두 그렇게 운용할 수 없음을 아는 나이기에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복지나 편의의 제공은 제공되는 순간부터 받는 사람들의 권리가 되어버리는 세상 뻔한 이치를 아는 나이가 되었기에 따뜻한 온열 의자에 앉아서도 걱정이 솟아나는 것일 게다. 이런 게 다 세금인데 하면서도 버스가 다가와 문을 열 때까지 따뜻한 의자에서 일어서기를 주저하고 있는 대한민국 50대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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