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근무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운전하기도 피곤하다. 1시간 정도를 꾸역꾸역 운전해서 집에 거의 다 도착해서 오던 중 초등학교 앞 교차로 신호등이 적색신호로 바뀌어 정차를 하게 되었다. 어린아이들이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등굣길에 분주하다. 어떤 아이는 할머니 손을 부여잡고, 어떤 아이는 젊은 엄마의 자전거 뒤에 타고 있다. 하얀색 헬멧을 맞춰 쓰고 있는 엄마와 딸아이의 모습이 정말 행복해 보인다.
등교시간 아이들의 안전한 학교길을 보살펴주기 위해 교차로 4거리 횡단보도마다 각각 한 명씩 교통지도를 하는 노란색 깃발을 든 젊은 엄마 두 명과 엄마 대신 나온듯한 할머니 한분, 할아버지 한분이 서계신다. 초록불이 들어오면 노란색 깃발을 내려 수평으로 들고 아이들을 안내한다.
초등학교 앞이라 그런지 횡단보도 초록불 신호가 길게 느껴진다. 이 긴 시간만큼 어르신들이 들고 있는 노란 깃발이 힘겨워 보인다. 이런 모습을 보며 필자의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 당시 필자의 아내도 반은 강요된 초록 어머니회에 참여해서 한 달에 한두 번 등교시간 봉사활동을 하곤 했었다. 부부가 맞벌이하는 가정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대신 부탁도 드리고, 그 마저 어려운 집은 돈을 주고 사람을 사서 할당된 날짜를 채우는 일도 종종 보았었다.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은 아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 한 손을 치켜들고 걷는 행동인데,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아마도 초등학교 3~4학년 때 까지가 아닌가 싶다. 한 손 들고 횡단보도를 잘 건너던 아이들도 5학년 정도가 되면 한 손들고 건너기를 쪽팔려하기 시작하는 시기가 되는 것이다. 아마도 초등학교 6학년 된 아이가 횡단보도 건널 때 한 손을 들고 걷는다면 부모들도 우리 아이가 성장이 느린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될 것이다.
아무튼 오늘, 초등학교 앞 교차로 횡단보도의 등굣길을 바라보며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 그에 따라 겪어야 하는 엄마, 아빠의 역할, 그리고 나이 들어 또 손주, 손녀 들위 해 이제 초겨울로 들어서는 조금 싸늘한 날씨에도 길거리에서 깃발 들고 내려야 하는 어르신들을 보며 필자가 살아온 지나간 세월이 주마등처럼 흘러가고, 또 앞으로 견뎌내야 할 할아버지로서의 미래 모습도 생각해 보는 대한민국 50대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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