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친구와 인사동 서예 전시회를 둘러보고, 어설픈 예술 감상을 곁들여 1차로 막걸리를 마셨다. 이렇게 시작된 음주가 흥을 돋워 비척비척 팔자걸음으로 인사동 거리를 누비다가 종로 피맛골에 다다라 들이킨 2차가 오랜만에 만취로 이어졌다.
1차에서의 즐거움과 2차에서의 행동은 대부분 생각이 난다. 그런데 2차가 마무리 되는 시점부터 지하철을 타고 필자의 집을 한 정거장 지나쳐 깨어나 겨우 정신을 차릴 때까지의 일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소위 일시적 블랙아웃이 된 것이다. 젊어서 술을 마실 때는 1년에 두세 번 과음 후 필름이 끊기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마흔이 넘어서는 필름 끊기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나이 쉰 넘어서 정말 오랜만에 필름이 끊긴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정신을 차리고 지난밤의 잃어버린 시간의 기억을 되살려 보려 해도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과음 후 지하철에서 잠을 잤기 때문에 일정 시간대의 일이 기억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필자는 필름이 끊겼을 때 혹시 실수를 하지 않았나 걱정을 하지 않았도 된다. 필자의 경험상으로는 필름이 끊기 시간에도 모든 행동을 정상적으로 한다. 다만 음주 직후의 잠이 기억을 지우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지난밤 술친구에게 전화해서 실수한 것은 없는지, 집사람에게 집에 도착해서 평소와 다른 행동을 했는지, 취중에 전화한 딸에게 전화해서 아빠의 특이점이 없었는지 물어보아도 평소 술 마셨을 때의 행동과 별반 특이점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로 1시간 정도의 기억을 잃어버렸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앞으로는 나이도 있으니 과음을 줄이고 건강도 잘 챙겨야 한다는 결심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지금까지 나이 쉰 살 넘도록 그래도 술 먹고 큰 실수 하지 않고 이 험한 세상 잘 살아온 것도 주님의 은총이고 주변의 도움이었으리라.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다. 이런 사회를 살면서 혹시라도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귀찮아하지 말고 오해 사지 않는 범위에서 도움을 주면서 살아가야겠다. 그것이 이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조금이라도 돌려줄 수 있는 길이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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