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차 출장길에 경기도 감악산에 오르게 되었다. 경기도 파주의 감악산 정상에 있는 시설을 점검하러 가는 길이었다. 핸드폰에서는 어제부터 수도권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린다고 여기저기서 띵동 띵동 단체문자가 울려대는 날이다.
정상을 향하는 꼬불꼬불한 산길에 눈이 내렸지만 감악산 8부 능선까지는 인근 군부대에서 제설작업을 해놓아서 어렵지 않게 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제설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은 정상 부근에 다다라서는 걸어서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차량으로 이동하는 출장이기에 구두를 신고 출근해서 어쩔 수 없이 구두 차림으로 경사진 눈길을 올라가게 되었다. 아스팔트 포장길에 눈이 내리고 살짝 얼어붙어 엉금엉금 기어 올라가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100여 미터 잘 올라갔는데 잠시 방심한 사이에 미끄러져 내려가기 시작했다. 장갑도 끼지 않은 맨손으로 미끄러져가는 속도를 줄이려 안간힘을 쓰다 보니 손도 시려오고 급기야 떼굴떼굴 굴러내려 가는 지경이 되었다. 그래도 비교적 넓고 한적한 아스팔트 도로 위를 굴러내려가는 상황이니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니었다. 순간 이참에 눈썰매나 타보자 하는 심산으로 온몸에 힘을 빼고 있으니 30여 미터 재미있게 미끄러져 내려갔다. 미끄러지는 속도가 줄어들어 멈추고 일어서서 온몸에 묻은 눈을 털어내니 어려서 국민학교 교과서에 실려있던 '3년 고개'라는 동화가 생각났다. 그래서 다시 눈길에 엎드려 열 바퀴 정도를 더 굴렀다. 이렇게 3년 시한부 인생을 30년으로 연장해 놓았으니 80살 넘어까지는 끄떡없을 것 같다. 기분 좋다. 오랜만에 눈밭에 굴러도 보고 수명도 앞으로 30년 정도는 보장을 받았으니, 일 끝내고 내려가는 길에 열 바퀴 정도 더 굴러서 120살까지 장수하는 수명을 보장받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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