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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들 딸 행복하게 잘 키우는 법

by 대한민국 50대 남자 2022.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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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가을 겨울로 접어들 때쯤 베란다에 있던 화분들을 거실 햇빛이 잘 드는 자리로 들여놓았다. 그런데 두 달쯤 지나자 화분 속에 숨어있던 쑥 뿌리에서 새순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신기해서 식탁에 올려놓고 가끔 애정 어린 눈길을 보내주며 컵으로 마시다 남은 물을 이따금씩 뿌려주었다. 그랬더니 정말 쑥이 쑥쑥 자라났다.
 

집안 거실 화분에 심은 쑥이 자라는데 끈으로 지지대에 너무 쎄게 묶어줘서 줄기가 불편하게 불룩 튀어나왔다.
반창고로 고정한 불쌍한 쑥

 

쑥이 정말 쑥쑥 자라네

어느 날 쑥이 15cm 정도 자라더니 이제 제키를 못 이기고 옆으로 쓰러지려고 했다. 그래서 지지대를 하나 구해 받쳐주려 하는데 마땅한 게 보이지 않았다. 집안 여기저기 둘러보다, 버리려고 쓰레기통에 던져둔 세탁소에서 공짜로 주는 철사로 된 간이 옷걸이가 보였다. 공구함에서 니퍼를 꺼내 적당한 크기로 절단해서 웃자란 쑥 옆에 꽂아 줄기에 묶어주려는데 또 마땅한 게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책상 서랍을 열어보니 하얀색 반창고가 눈에 띄었다. 궁여지책으로 하얀색 반창고로 쑥 줄기를 지지대에 고정해 주었다.
 

 

쑥을 보호하려 지지대를 받쳐 주었는데 얼마 안 가 역효과

언뜻 보면 쑥이 부상당해 치료를 해준 것 같은 모습은 나에게 엉뚱한 즐거움을 주었다. 그런데 한 일주일 정도 지나자 쑥잎이 조금 불편해 보이는 것 같아다. 유심히 들여다보니 쑥은 빨리 자라는데 반창고로 줄기가 지지대에 꽉 고정이 되어 있으니, 반창고로 고정된 줄기 아래 부분이 뿔룩하게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 순간 쑥에게 너무나 미안한 생각이 들어 얼른 반창고를 떼어내고, 적당한 실을 찾아 느슨하게 묶어주었다.
 

 

자라나는 아이들도 쑥처럼 자라면 그 손을 놓아주어야

그러고 나서 생각하니,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띵하고 때렸다. 이제 내 아이들도 모두 사춘기는 지나갔지만 아이들을 키우면서 갈등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오늘 이 화분의 쑥이 나에게 늦은 가르침을 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두 발로 걷고, 말하고, 유치원, 초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는 부모가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우기 위해서 이것저것 잘 챙겨주며 손을 꼭 잡아줘야 하지만, 때가 되면 그 손을 놓아주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확실하게 깨달았다.
 

 
자칫 시기를 놓치면 저 웃자라던 쑥이 지지대에 선의로 붙여놓은 반창고 때문에 삐뚤어질 수 있는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우리 부부가 그렇게 하지 않았는가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제야 쑥을 보고 지혜를 깨우쳤으니, 앞으로 손주가 생기면, 그때는 초보 엄마 아빠가 돼있을 내 아들 딸들에게 이 글을 보여줄 것을 기대하며 이렇게 몇 자 적는다.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아이들, 손주 키우시는 분들 있으시면, 제가 쑥에서 얻은 이 지혜를 한 번쯤 같이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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