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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 '비둘기', 88 서울 올림픽 개막식'비둘기'

by 대한민국 50대 남자 2022.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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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 축하행사를 TV로 보던 중, 어린아이들이 경기장에서 하얀색 비둘기 모형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는데 그 아이들 뜀 박질을 따라 행사장 바닥의 LED 조명과 AR기술이 접목된 환상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마술 같은 장면을 보았네. 그러다 문득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서울에서 개최된 88 서울 올림픽 개막식이 생각났다네.
 

서울 올림픽 성화를 점화하기 바로 전 장면으로 성화에 비둘기가 여러마리 앉아있어서 불안하다.
서울 올림픽 성화점화

 

서울 올림픽 비둘기들의 낭패 '비둘기 화형식'

그때 올림픽 행사의 일환으로 행사를 시작하며, 날려진 수많은 비둘기 중 열댓 마리 정도가 성화가 점등될 둥그런 성화대 상단에 자리 잡고 있었다네. 그런데 비둘기 입장에서 보면 이런 날벼락이 있나.
 


 
인간들 행사에 조연으로 출연하기 위해 얼마간 이유도 모르고 사육을 당하다가, 행사 당일 잠깐 풀려나서 자유를 만끽하고 힘들어져서, '오늘은 인간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서 뭐 하나'하고 가장 좋은 경기장 VIP석인 성화대 꼭대기에 자리 잡았는데, 느닷없이 발아래에서 인간 세 놈이 횃불을 하나씩 들고 올라와 세 방향에서 포위하고 불을 붙여대니 이런 낭패가 또 어디 있나 싶었을게다.
 


 
어릴적 TV 화면으로 볼 때, 성화 불에 놀라 어쩔 줄 몰라하는 비둘기들을 보며 내심 비둘기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재미있는 상황이네라는 철없는 생각을 했었지. 소위 88 서울 올림픽의 '비둘기 화형식' 이후 대형 행사에서 비둘기를 날려 평화분위기를 띄우는 연출은 더 이상 하지 않는 분위기가 되었다는 설이 있으나, 사실 관계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네.
 


 

국민영웅 마라토너 '손기정', 그리고 '보통사람'

그때 기억을 되짚어 보면, 성화 점등자로 마라톤 국민영웅 손기정 선생이 유력했으나, 사전에 정보가 유출되어 점등자가 변경되었다고 하는 풍문이 있었네. 그래서 자료를 찾아보니, 마지막 성화봉송은 손기정(마라톤 영웅)에서 임춘애(육상선수, 라면 먹고 뛰었다는, 그래서 그 당시 어려움을 이겨낸 시대의 아이콘이었지)로 전달되고 마지막으로 세명의 공동 점등자로 전달이 되었다.
 


 
이 세 명이 성화대에 설치된 수직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성화를 점등했다. 이 세명중 한 명은 김원탁(그 당시 현역 마라톤 선수, 동양 나이론 소속)이었고, 나머지 두 명은 노태우 정부 시절에 많이 사용했던 표현 '보통사람'을 대변하는 사람들이었다. 소흑산도 중학교 체육 선생님이던 정선만 님, 서울예고에 재학 중인 고전무용 전공 손미정 님이었다.
 


 

세월의 속도, 올림픽이 생일처럼 빨리 돌아와

성화 봉송자들 중 손기정 선생은 2002년 작고하셨고, 임춘애 선수는 안산에서 체육 관련 공직을 맡고 있으며, 마라토너 김원탁 선수는 그 후 1990년 북경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지금은 고향인 제주도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하고, 정선만 선생님은 그 당시 58년생으로 소개됐으니, 이제 정년쯤에 들어섰을 테고, 고전무용 전공자 손미정 씨는 70년생 나와 동갑이니,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전공을 살려 밥벌이하며 애들 키우고 살아가고 있을게다.
 


 
오늘 북경 동계올림픽의 개막식 비둘기 장면을 보다가 88 올림픽 추억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다네. 그런데 요즘 올림픽 때가 되면 느끼는 것은 올림픽의 환희, 선수들의 열정, 우리나라 금메달 획득, 뭐 이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왜 이리 세월이 빨리 가나"하고 푸념하는 것이라네.
 

 
이제 1년 단위로 돌아오는 생일보다 4년 주기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더 자주 돌아온다고 느껴지니 어떡하나. 나이 들면서 빨리 가는 시간의 인식체계 속도에 맞춰 더 빨리 뛰어야 하나, 아니면 여유 있게 세월의 속도를 잊고 사는 게 나으려나. 에이 모르겠다. 쇼트트랙 중계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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