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얼마 전, 중학교를 졸업한 막내가 우리 사는 근처 고등학교로 배정되었다는 통보를 받고, 자동차로 한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교복가게에 교복을 맞추러 갔네. 아~ 이제 이놈만 교복을 맞춰주면 더 이상은 자식 놈 교복 맞춰줄 일은 없을 것 같아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드는 게 사실이라네.
엄마와 아이, 가끔 아빠와 아이, 2인 1조의 기다란 줄
이때쯤 교복을 맞출 때면 언제나 그렇듯 교복 가게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네. 엄마와 아이, 가끔 아빠와 아이, 2인 1조로 기다란 줄이 가게 밖까지 이어져 있다네. 날씨가 추워 아들놈만 긴 줄 끝에 세워 놓고, 나는 따뜻한 차에 들어앉아 호사를 부리며 유튜브로 무료한 시간을 보냈네. 한 30분쯤 지나니 아들놈이 다음이 자기 차례라고 가계로 들어오라는 연락을 해와, 서둘러 들어가니 우리 앞에 두 팀 정도가 아직 기다리고 있네.
과연 교복 판매에 '아이돌 마케팅' 효과적일까?
한 5분 정도 더 기다리는 동안 주위를 들러보니 아이돌인 듯한 가수들이 교복을 입은 차림으로 멋진 포즈를 하고 우리를 쳐다보네. 내심 "저렇게 멋진 놈들이 교복을 입고 있는 포스터가 과연 교복을 직접 입어 보고 사는 학생들에게 마케팅적으로 도움이 될까? 아니면 오히려 일반적인 학생들이 교복을 입어보고 본인의 모습에 실망감을 갖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해보았다네.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교복 수량과 사이즈 등 간단한 서류를 작성하고 잠시 후 우리 순서가 되었다고 점원 아주머니가 우리를 교복이 진열된 곳으로 이끄네.
국가의 교복비 지원, 조삼모사 아닌가?
민첩하고 숙달된 점원 아주머니는 교복 리스트 순서에 따라 교복, 활동복 등을 아들에게 입혀보고 사이즈를 정한 다음 마지막으로 교복 바지 기장을 잰 다음 카운터로 와서 비용을 지불하려는데 국가에서 기본 교복은 지원해줌으로, 활동복과 기타 여벌로 주문한 비용으로 20여만 원만 지불하였다네. 국가에서 교복값을 지원해준다는 제도에 대해 "어차피 세금으로 내가 이미 다 낸 것을" 돌려받는 것 인데도, 공짜로 교복을 얻은 것 같은, 나도 어쩔 수 없는 '조삼모사 원숭이' 꼴을 못 면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네.
나는 교복을 한 번도 못 입어본 세대, 군복이 유일한 단체복
아들놈 교복 사러 갔다 오면서 나의 특이한 교복에 대한 경험이 생각났다네. 나는 교복을 한 번도 정식으로 입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네. 1983년 중학교를 입학할 때는 교복 자율화가 시행돼서 형님들이 입던 까만색 교복에 경찰 모자 비슷한, 우리가 TV에서 보는 추억의 교복을 입을 기회를 갖지 못했다네.
그리고 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때는 고등학교 교련 수업이 있던 시기라서 검은색 얼룩무늬 교련복을 교복처럼 3년 내내 입고 다녔던 기억이 나네. 그리고 대학시절에는 학군단 제도가 없어진 시기에 입학해서 제대로 된 단체복은 군대 가서 푸르스름한 군복이 처음이었다네. 그래서 그런지 아들놈 교복 입은 모습을 보며 저 놈이 나와 키가 비슷하니 아들놈 없을 때 배에 바싹 힘주고 몰래 입고 사진 한 장 찍어놔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가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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