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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50대 남자, 30년 지기 친구와의 간만의 짧은 만남, 삶이 익어간다.

by 대한민국 50대 남자 2022.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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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어제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와 오랜만에 짧은 만남을 가졌다. 친구와는 고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내리 같은 반이었고 대학마저 같은 과를 나와서, 지금까지도 이 한 세상을 같이 겪어가고 있는 필자에게는 30년 세월을 넘어서는 절친이자 지음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서로 다른 지역에 살고 있어 자주 만나지는 못하고 수시로 연락할 일도 없다. 오래간만에 연락을 해도 '어, 왜, 그래, 알았어' 단 네 단어로 정리되는 그런 친구다.
 

두 친구가 코스모스 핀 호숫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출처 : pixabay.com, 친구

 

밑도 끝도 없는 연락

친구가 사는 지역에서 할 일이 생겨, 그 지역에 가는 김에 밑도 끝도 없이 전화해서 일상처럼 밥 한 끼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만나자고 며칠 전부터 약속하는 것도 아니고 대뜸 전화해서 너희 동네에 왔으니 보자 하면, 세세하게 물을 것도 없이 집 앞으로 오라 한다.
 

 
가보면 따뜻한 커피 미리 사들고 무심한 듯 기다리고 있다가, 1년 만에 만나도 아무런 호들갑 없이 '왔어'하는 한마디로 그냥 시공간을 무색화시켜버리는 그런 친구다.
 

 

체면 차릴 필요도 없어

차를 타고 이동하며 많은 대화를 나누기 않아도 각자 처한 사정 뻔하게 알고, 키우는 아이들이나 집사람, 부모님, 형제들 안부와 근황을 물어도, 보태고 뺄 것도 없이 있는 편하게 있는 그대로 얘기해도 불편한 마음이 생기지 않는 그런 친구다.
 

 
나이 들면서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줄 새삼 더 느끼며 산다. 오랜만에 만나 밤새도록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먹어가며 회포를 풀지 않아도, 지나가다 눈에 띄는 국밥집에 들어가 막걸리 한 병 놓고 체면 차릴 것도 없이 밥 한 공기 말아서 깍두기 국물 입언저리에 묻혀가며 떠들어대다가 반찬에 침이 튀어도 서로 거리낌이 없고, 서로 밥값 내겠다고 다퉈대는 체면조차 차릴 필요가 없고, 담배 안 피우는 친구를 배려해 담배연기 멀리 떨어져 담배 피울 일도 없는 이런 친구 있는 게 행복이다.
 

 

배려할 마음조차도 필요 없어

잘난 아들 딸 자랑에도 시샘이 없고, 올랐다는 주식이나 아파트값에도 과장해서 응해해줘야 하는 감정소비도 생길일이 없는 그런 친구를 두고 사는 것이 인생을 사는 참맛이요 행복이다.
 

 
이렇게 친구와 두세 시간 지내고 나면 우리네 인생에서 겪어야 할 세파에 한 1년 정도의 단단한 보호막을 장착하고 돌아오는 기분이 든다. 나만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아닐까? 저 친구는 불편하지 않을까? 뭐 이런 쓸데없는 생각조차도 할 필요가 없는 이런 친구 하나쯤 두고 사는 게 얼마나 삶을 행복하고 풍요롭게 해 주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어가는 것도 세월을 즐기는 묘미다. 친구야 고맙다. 오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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