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리나라와 포르투갈의 경기가 열렸다. 우리나라의 16강 진출을 결정하는 중요한 경기이기 때문에 저녁 9시쯤부터 미리 한숨 자두고 12시쯤 해서 텔레비전을 트니 경기전 애국가를 부르는 선수들의 표정이 비장하다.
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포르투갈에게 실점을 하고 나니 맥이 빠졌다. 내가 보고 있으면 꼭 실점을 하는 것 같다는 자책을 하며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담배를 피우면서도 스마트폰으로 경기 진행 사항은 확인하면서 말이다. 월드컵 같은 중요한 게임에서 지고 있는 게임은 항상 지루하다. 그래도 1점밖에 내주지 않고 꾸역꾸역 버텨내는 전반전 경기가 마무리되었다. 서둘러 중간 휴식타임에 담배를 피우러 나가니 역시나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시끌벅적 만원이다. 필자보다는 조금 젊은 중년의 친구들이 한 집에 모여 축구를 관람하다가 담배를 피우러 나오는 모양이다.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 역시 축구 얘기들이다. 우루과이가 가나를 2대 0으로 이기고, 우리가 2대 1로 이기면 16강을 갈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다. 필자는 속으로 우리 팀 하는 골을 보니 우리가 한 골 더 안 먹는 게 다행이겠다고 속으로 되뇌지만 그래도 16강 진출 희망 회로는 열심히 돌아간다. 담배를 피우고 집으로 올라오는 길은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한 발 한 발 오르며 16강을 기원했다. 후반전이 시작돼도 역시나 아슬아슬하다. 그런데 우리가 한골 넣었다. 골 넣은 선수는 수비수 김영권이다. 정말 잘 찬 골이다. 더욱이 얄미운 놈 호날두 등에 맞고 떨어진 공을 김영권이 침착하게 차서 골로 연결되어서 속이 다 후련하다.
그러나 이 순간 우리 팀 득점 후 필자가 보고 있으면 또 실점할 것 같은 마음에 다시 담배를 피우러 밖으로 나갔다. 아직도 동점골의 여운으로 새벽시간 집집마다 환하게 불을 밝히고 함성소리가 흘러나온다. 집으로 다시 돌아와 불안 불안한 경기 진행을 보니 가슴이 쫄깃쫄깃하다. 어느덧 후반 추가시간이 마무리되어 갈 때쯤 손흥민이 치고 나간다. 수비수 7 ~8명이 에워싼 빈틈으로 어느새 달려온 황희찬에게 연결되고 16강 진출 극장골이 연출되었다. 대단하다. 역시 손흥민이다. 안면 골절의 부상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데 스타는 스타다. 팀이 힘들고 어려울 때 결국 해내는 손흥민의 힘이 대단하다. 기분 좋다. 그런데 우루과이와 가나전의 결과가 변수다. KBS1으로 채널을 돌리니 이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8분 남았다. 세상에나 8분이 이리도 길게 느껴지는지. 10초 단위, 30초 단위를 차감해가며 시간을 역 카운트하는 사이에 결국에는 우루과이가 2대 0으로 승리하면서 대한민국의 월드컵 16강이 확정되었다. 이번 두 경기를 지켜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오십 살 넘게 살아오면서 하루하루 수월한 날은 많지 않았다. 될 듯 말 듯 꾸역꾸역 앞길이 꽉 막혀 버린 것 같지만 막혀있다고 생각하는 거기에 도착하면 실낱같은 길이 있듯이 이번 월드컵 게임은 딱 그런 형국이었다. 그렇다 이렇게 앞으로도 남은 인생길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자. 이런 것이 인생의 진면목이리라. 90여 분간 진행되든 짧다면 짧은 축구경기로 긴 인생길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 준 이 번 카타르 월드컵 고맙다. 손흥민 선수 고맙다. 이렇게 생각하며 오늘도 대한민국 50대 남자는 견디며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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