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추 작황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필자의 아파트 정원에 심겨있는 대추나무는 흉작이다. 대추나무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대추 한 알 보이지 않는다. 예년 이때쯤이면 설익은 연두색 대추가 주렁주렁했었는데. 대추나무를 살피다 보니 나무 꼭대기에서 헬기레펠 하듯 줄을 내리고 연두색 애벌레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애벌레의 외줄 타기
제법 높은 대추나무 꼭대기에 고정된 거미줄 같은 줄을 타고 매달려 있는 애벌레의 행동이 신기해서 유심히 들여다봤다. 그런데 애벌레가 나무에서 줄에 매달려 땅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줄을 타고 오르고 있었다.
신기해서 스마트폰 동영상으로 촬영을 해보니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대략 10초에 5센티미터는 올라가는 속도다. 더구나 필자의 궁금증을 자극한 것은 벌레가 나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다면 벌레 몸에서 줄을 뽑아내면서 내려오는 게 맞다고 생각이 된다.
그런데 오늘처럼 아래서 위로 올라간다면 줄은 어떻게 설치한 것일까? 나무 위에서 벌레의 동료가 내려줬을 리는 만무하다. 또한 스파이더맨처럼 줄을 나무 위로 쏴서 고정하고 올라가는 것도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줄을 내려 내려오다가 필자와 같은 불청객을 만나서 서둘러 도망가기 위해 위로 올라가는 것일까? 차라리 아래로 도망가는 편이 더 빠를 것 같기도 한데. 이래저래 생각을 해봐도 잘 모르겠다. 과연 벌레는 줄을 타고 올라가려고 했던 것일까? 아니면 내려가려 했던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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