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토요일 저녁, 통닭 한 마리 시켜서 가족들과 먹으며 필자는 자연스럽게 소주 몇 잔을 마셨다. 한 병은 덜된 양이라 취하지는 않았지만 얼큰한 상태에서 양치질하고 소파에 기대고 있다가 보니 스르륵 잠이 들었다. 특별할 것도 없는 주말을 이렇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오전 10시쯤 느긋하게 일어나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열어보고 '할로윈 이태원 압사 사고'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150여 명이 숨지는 참사가 21세기에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발생하다니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필자가 우선적으로 한 행동은, 참 이기적 이게도 집안의 방들을 둘러보며 아들놈들이 다 잘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그리고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서 시골에 계신 부모님과 처가에 전화를 드리며 우리 애들은 별일 없다고 알려드렸다. 지방에 사시는 양친 어르신들은 서울이라는 큰 도시를 서울이라는 한 단어로 정의되는 작은 동네 정도로 생각하셔서 서울에서 무슨 사고가 발생하면 우선적으로 서울에 거주하는 자식들 걱정을 하시기 때문이다. 부모님들께 우리 가족의 안전함을 알려드리고 서울에 사는 형제들에게 전화를 걸어 그 댁의 아이들도 역시 별일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참 이기적인 한 인간이다.
이런 국가적으로 커다란 사건 사고를 접하게 될 때면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지난 세월호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를 볼 때마다 애잔했다. 그저 건강하게 눈앞에서 왔다가 갔다가 하는 모습 만으로 고맙고 감사했다. 오늘도 이런 사고를 접하고 나니 평소에는 그렇게 말드 안 듣는 놈들이 대견하고 이뻐 보이기 마련이다. 잠에서 겨우 깨어서 부스스한 얼굴의 아들 두 놈을 잡아 세우고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손도 잡아보며 고맙다고 어깨를 두드려도 본다. 이번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금쪽같은 새끼들 먼저 보내신 부모님들과 유족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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