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니 새벽 6시, 속을 달래려 두유를 하나 꺼내 마시고 반바지 차림에 잠바를 걸쳐 입고 담배를 한대 피우러 밖으로 나갔다. 초겨울 새벽 6시는 아직 어둑어둑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시간이면 꽤나 밝은 아침이었었는데.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있다는 것을 새벽 6시의 어두움으로 실감하는 시간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현관을 나서니 가벼운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그래도 담배를 피우려 비를 피할 자리를 찾아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지 않은 비가 내릴 때는 비를 피하려 멀리 가지 않고 아파트 단지 내 커다란 무성한 잎의 느티나무 아래서 피우면 되었었다. 푸르던 나뭇잎이 낙엽으로 떨어져 줄기만 앙상해진 느티나무 아래서 이제는 더 이상 비를 피할 수가 없다.
어두운 초겨울 앙상해진 느티나무를 올려다보며 담배 한 모금 깊게 들이켜다 보니 마음이 아련하다. 그리고 사람이란 참 단순하다. 겨울비가 내리니 김종서의 '겨울비'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혼자 읊조린다. 이걸로는 부족한다. 오늘 출근길 자동차 운전하면서 김종서의 '겨울비' 크게 틀어놓고 목청 높여 몇 번 따라 불러야겠다고 계획을 세우는 대한민국 50대 남자다.
겨울비 (김종서, 1993년)
작사/작곡(신대철/김종서)
겨울비처럼 슬픈 노래를 이 순간 부를까
우울한 하늘과 구름 1월의 이별 노래
별들과 저 달빛 속에도 사랑이 있을까
애타는 이내 마음과 멈춰진 시간들
사랑의 행복한 순간들 이제 다시 오질 않는가
내게 떠나간 멀리 떠나간 사랑의 여인아
겨울비 내린 저 길 위에는 회색빛 미소만
내 가슴속에 스미는 이 슬픔 무얼까
사랑의 행복한 순간들 이제 다시 오질 않는가
내게 떠나간 멀리 떠나간 사랑의 여인아
사랑의 행복한 순간들 이제 다시 오질 않는가
내게 떠나간 멀리 떠나간 사랑의 여인아
겨울비처럼 슬픈 노래를 이 순간 부를까
우울한 하늘과 구름 1월의 이별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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