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요일이라 느지막이 일어나니 배가 출출하다. 쉬는 날이라 집사람도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뭐라도 먹어보려고 냉장고를 뒤져보니 냉동실에 지난 추석에 선물로 들어온 보리굴비가 포장도 안 뜯긴 채 눈을 퀭하게 뜨고 필자를 쳐다본다. 오늘은 저 놈들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냉장고에서 굴비 상자를 꺼내보니, 열 마리의 굴비를 전통적인 방법인 짚으로 꼬은 새끼줄을 흉내 낸 노끈으로 목부분을 묶어서 이어놓았다. 새끼줄 닮은 노끈을 풀기 귀찮아서 가위로 줄을 끊어내고 세 마리를 에어 프라이기에 넣고 요리를 해보기로 했다. 에어 프라이기 온도를 180도로 맞추고 20분 정도 돌리니 온 집안이 굴비 굽는 냄새로 가득하다. 필자의 후각으로는 비릿하지만 그리 혐오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기대했던 냄새가 아니다. 일말의 기대를 갖고 에어 프라이기에서 굴비를 꺼내보니 역시나 바싹 마른 모습이다. 어찌 됐든 접시에 바싹 마른 굴비를 옮겨놓고 깨어있는 아들놈에게 늦은 아점을 먹자고 불렀다. 아들놈 시큰둥하게 밥상머리에 앉는다.
필자가 입맛을 돋우려 오버해 가며 손으로 보리굴비 도톰한 부분을 뜯어서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아들놈 이런 아빠의 의도를 알지만,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듯 젓가락으로 께적거리다가 더는 못 먹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보리 굴비가 요리사 잘못 만나서 우리 집에서는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이래서 뭐든지 주인을 잘 만나야 한다.
아직 열 마리 중 오늘 날려버린 세 마리 빼면 일곱 마리가 남아있어서 스마트폰으로 보리굴비 조리법이라고 치니 여러 개의 레시피가 나온다. 그중에 가장 상단의 것을 읽어보고 어려운 조리법은 아닌 것 같다. 다음에 이대로 도전해 봐야겠다. 참고로 필자가 참고한 자료의 링크를 걸어본다. 대한민국. 대한민국 50 남자의 터무니없는 요리 도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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