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 필자는 빗길에 쓰러져 계신 어르신을 응급조치하고, 119를 불러서 병원으로 이송해드린 일이 있었다. 그때 119 응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그 어르신을 보살피면서 보았던 그분의 간절한 눈빛을 한동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일이 있은지 한 달가량 지난 오늘, 그 어르신을 아파트 단지에서 만났다.
대한민국 50대 남자, 빗길에 넘어지신 어르신 119 불러서 응급처치하고 드는 생각
어르신은 아직은 마스크를 쓰고 양손에 쓰레기봉투를 들고 쓰레기장으로 향하고 계셨다.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뵈었지만 단박에 그분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서 안녕하시냐고 인사말을 건넸다.
그런데 어르신이 지난번에 도와준 젊은 양반 아니냐고 반색을 하신다. 그러시면서 대뜸 올해 연세가 아흔이라고 하신다.
젊은이 덕분에 백 살까지는 까딱없을 것 같다고 호기를 부리신다. 어르신들의 어법은 이런 식이다. 참 정감이 가는 말투다. 아흔이라는 연세에 필자 같은 중년의 남자들은 곧 부모님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 필자 같은 젊은이들 행동은 곧 어르신이 들고 가는 쓰레기봉투를 빼앗아 들고 얼마 멀지 않은 쓰레기장까지 갖다 버리는 아주 작은 선행을 행하게 된다. 젊은이, 젊은 양반, 아흔을 넘게 사신 어르신들의 눈에는 쉰 조금 넘은, 염색의 도움 없이는 반백인 필자 같은 사람들도 젊은이가 된다. 그래. 나는 젊은이다. 더군다나 쌍놈도 아닌 양반이다.
합치면 젊은 양반. 사고 후, 오늘 쓰레기를 가져다 버릴 정도의 건강을 회복하신 아흔 살 어르신께서 쉰 넘은 필자를 단 몇 마디로 회춘시켜주셨다. 앞으로도 저 어르신 오래도록 아파트 단지에서 조우하며 회춘의 비법으로 삼아야겠다.
그래 나는 아직 젊은 양반이다. 젊은이여 야망을 가져라. 보이스 비 엠비셔스(Boys be ambitious.). 어릴 적 이런 농이 있었지. 소년들이여 mbc를 봐라. ㅋㅋㅋ.
'LJ'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요무대 1768회(10/3) 출연진, 현숙, 태진아, 박서진, 박일준, 김국환 등 출연, 미리 보기 (0) | 2022.10.03 |
---|---|
대한민국 50대 남자, 보리 굴비 어떻게 요리해서 먹어야 하나? (0) | 2022.10.03 |
대한민국 50대 남자, 구멍난 종이컵에서 흘러내리는 커피를 보며... (0) | 2022.10.01 |
대한민국 50대 남자, 남대문(숭례문)에는 정말로 문지방이 없네. (0) | 2022.09.29 |
대한민국 50대 남자, 잡초와 나팔꽃의 공생관계(共生關係)인가? (0) | 2022.09.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