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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50대 남자, 보이스 비 엠비셔스 (Boys be ambitious.)

by 대한민국 50대 남자 2022.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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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쯤 필자는 빗길에 쓰러져 계신 어르신을 응급조치하고, 119를 불러서 병원으로 이송해드린 일이 있었다. 그때 119 응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그 어르신을 보살피면서 보았던 그분의 간절한 눈빛을 한동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일이 있은지 한 달가량 지난 오늘, 그 어르신을 아파트 단지에서 만났다.

대한민국 50대 남자, 빗길에 넘어지신 어르신 119 불러서 응급처치하고 드는 생각

 

노인인 지팡이를 손에쥐고 앉아있는 모습이다.
Pixabay 콘텐츠 라이선스에 따른 무료 사용/노인의 손

 
어르신은 아직은 마스크를 쓰고 양손에 쓰레기봉투를 들고 쓰레기장으로 향하고 계셨다.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뵈었지만 단박에 그분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서 안녕하시냐고 인사말을 건넸다.
 

 
그런데 어르신이 지난번에 도와준 젊은 양반 아니냐고 반색을 하신다. 그러시면서 대뜸 올해 연세가 아흔이라고 하신다.
 

 
젊은이 덕분에 백 살까지는 까딱없을 것 같다고 호기를 부리신다. 어르신들의 어법은 이런 식이다. 참 정감이 가는 말투다. 아흔이라는 연세에 필자 같은 중년의 남자들은 곧 부모님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 필자 같은 젊은이들 행동은 곧 어르신이 들고 가는 쓰레기봉투를 빼앗아 들고 얼마 멀지 않은 쓰레기장까지 갖다 버리는 아주 작은 선행을 행하게 된다. 젊은이, 젊은 양반, 아흔을 넘게 사신 어르신들의 눈에는 쉰 조금 넘은, 염색의 도움 없이는 반백인 필자 같은 사람들도 젊은이가 된다. 그래. 나는 젊은이다. 더군다나 쌍놈도 아닌 양반이다.
 

 
합치면 젊은 양반. 사고 후, 오늘 쓰레기를 가져다 버릴 정도의 건강을 회복하신 아흔 살 어르신께서 쉰 넘은 필자를 단 몇 마디로 회춘시켜주셨다. 앞으로도 저 어르신 오래도록 아파트 단지에서 조우하며 회춘의 비법으로 삼아야겠다.
 

 
그래 나는 아직 젊은 양반이다. 젊은이여 야망을 가져라. 보이스 비 엠비셔스(Boys be ambitious.). 어릴 적 이런 농이 있었지. 소년들이여 mbc를 봐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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