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도토리나무 아래 동네 할머니들 떨어진 도토리 주우시는 발길이 잦다. 한분이 다녀가시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도 다른 할머니들이 다녀가시고. 도토리나무 아래 작은 오솔길이 날 지경이다. 그런데 요즘은 할아버지들도 도토리 줍게에 가세하셨다. 도토리 줍기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 알, 두 알 도토리 줍기, 이것은 아마도 어르신들 허리 운동이나 정서함양에 참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도 매일 드나드는 아파트 입구로 걸어 들어가는데, 현관 우측에 설치된 옥외 소화전 위에 도토리 스무 알 정도 가지런히 놓여있다.
아마도 누군가 도토리 줍기에 재미를 붙였다가 정작 두 움큼 정도 되는 도토리는 딱히 용처가 생각나지 않아서 필요한 누군가가 가져가라고 사람들 눈에 잘 띄는 저곳에 놓아둔 듯하다. 참 착한 마음이다. 그렇지 않다면 혹시 열심히 도토리 주워서 모아두었다가 나중에 가져가려던 어르신이 나이 들면 일상적인 건망증으로 잊고 가셨을 수도 있다. 다람쥐들의 습성 중 하나는 도토리를 보면 무조건 주워다가 땅속에 묻어 저장해 두었다가 나중에 찾아 먹으려고 했는데 나중에 찾아 먹으려고 할 때는 어디다 숨겨두었는지 다 기억할 수가 없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은 것 같다.
이런 다람쥐의 습성을 이용하는 것이 도토리나무가 자손을 퍼트리는 생존전략이라는 얘기였다. 이런 사실이 정확히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사는 일들이 돌아가는 이치가 이와 비슷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필자 자신도 이제 건망증이 일상인 나이가 되어가니, 혹시 건망증으로 챙기지 못하는 것들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자기 합리화로 꿋꿋하게 살아가기로 마음먹는 대한민국 50대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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