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사회 초년병 시절 직장에서 임원으로 모시던 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어제 들었다. 참 인간이란 간사한 존재다. 옛말에 “정승 집 개가 죽으면 정승 집 문지방이 닳아 없어지도록 문상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정승이 죽으면 개미 한 마리 얼씬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참 맞는 말인 것 같다.
각별했던 분의 부고 알림
고인이 되신 분과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적은 없고 먼발치 다른 부서에서 근무했지만, 필자를 각별하게 생각해 주신 분인데도 이미 퇴직하신 지 10년이 넘으신 고인의 빈소에 선 듯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이 주저되니 말이다.
문상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을 하고 있는 이때, 같이 근무했던 동료 중 누구라고 가자고 연락을 해오면 가야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아무도 연락이 없다. 그렇다면 내가 먼저 같이 가자고 연락을 하면 될 터인데, 같이 가자고 연락했을 때 흔쾌히 그러자고 할 동료를 생각해 봐도 그분들과 고인과의 관계가 어땠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어 머뭇거리게 된다.
인연을 맺고 인연을 풀고
결국 부고 알림에 올라와 있는 상주의 계좌로 얼마간의 부조금만 송금하고 애도를 표하기로 결정했다. 그분이 생전에 계실 때 이런저런 경조사와 두 자녀 혼사에 참석하고 축의금 낸 것으로 고인과의 이 생에서의 인연은 마무리되는 것 같다. 아마도 고인의 사모님이 돌아가시면 부조를 안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고인의 자식들이 생전에 고인이 나누신 관계를 계속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식은 자식대로 그들의 사회관계가 형성되고, 그 안에서 그들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옛날처럼 한지역에서 대대로 살아가는 생활방식이라면, 대를 이어 상호부조의 전통이 계승될 수 있을 수 있겠으나, 요즘 같은 세상에는 어려워 보인다.
어찌 됐든 또 한 분의 소중한 인연이 끝을 맺는데도 이런 부조금 같은 현실적인 고민을 잠시 하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세속적이지 않는가' 하고 생각해 본다. 그러나 어쩌랴! 이 또한 대한민국 50대 가장의 진솔한 삶인 것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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