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인 오늘, 해가 지니 바깥바람이 선선하다. 반바지 슬리퍼 차림에 저녁 산책을 나섰다. 산책길에 번거로운 안경을 벗어놓고 나온 탓에 맑은 하늘에 둥근달만 그 모양을 흐릿하게 알아볼 수 있고, 별들은 떠 있다는 느낌만 들뿐 세세한 모습을 볼 수가 없다. 그동안 늘 봐왔던 저녁 하늘이 안경 벗고 보니 또 다르게 보이는 것도 신기하다.
슈퍼맨 아빠
어두워진 아파트 단지를 천천히 뒷짐 짓고 거닐다 보니 이내 단지 내 놀이터에 다다랐다. 어두워진 저녁이라 대부분의 아이들을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한 젊은 아빠와 초등학교 2 ~ 3학년쯤으로 보이는 아들이 줄넘기를 하고 있다. 아이는 일명 쌕쌕이(2단 뛰기)를 시도하는데 썩 잘하는 폼새는 아니다.
젊은 아빠 쌕쌕이 시원하게 높이 날아 열댓 번을 쉽게 해 버린다. 생각해 보면 아들놈들한테 우쭐대며 줄넘기나 자전거 타기, 축구, 야구, 수영, 컴퓨터 등등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딱 저때쯤이 아닌가 싶다.
초등학교 5 ~6학년만 넘어서면 아들놈들 한테 대부분의 놀이 종목에서 뒤처지다가, 중학교 가서 3학년 때쯤 되면 수학이나 영어 같은 과목에서도 밀린다는 느낌이 확 들게 된다. 그 이후로는 운동이나 학교 입시 교과목을 가지고 아이들을 확실하게 룰링할 수 없어, 당연히 아빠로서의 권위가 많이 상실되는 시기가 된다.
보살핌을 받는 아빠
이제 필자의 아이들이 모두 대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으니 아이들에게 앞서는 것은 나이 더 먹음에 따른 경험이라는 구체적이지 못한 것들만 남았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아직은 운전기술이라는 마지막 필살기가 남아있다.
허나 이마저도 몇 해 지나면 애들에게 밀리거나 자율주행으로 무용지물이 될 것이니, 이제 무언가 아이들을 확실하게 룰링할 종목을 서둘러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니다. 룰링이 아니라 이제는 보살핌을 받는다는, 아주 낯선 일을 순수히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 공부를 서서히 시작하는 개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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