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얼마 전 아파트 화단에 관리사무소에서 심은듯한 꽃을 보고 50대 아저씨의 감상을 몇 자 적었었다.
너는 어디서 왔니? 무슨 꽃인지 모르겠다. 패랭이꽃 인가?
화단에 심어놓은 꽃을 아파트 드나들며 정다운 눈길을 며칠간 주고받았었는데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다가 다른 꽃으로 바뀌어 있기에, 그 꽃이 안타깝게도 죽어서 다른 꽃으로 새로 심은 줄 알았었다.
화단에 심어놓은 꽃 몇 포기 실종
그런데 오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걸려있는 게시물을 하나 발견했다. 내용인즉, 얼마 전 아파트 정원에 약 1,200 포기의 꽃들을 심어놨는데 약 30여 포기가 사라졌다고 하는 안내문이다.
그리고 심어놓은 꽃들은 아파트 공동재산임으로 차후에 또다시 무단으로 채취해 간다면 아파트 CCTV를 검색해서 '공용물 절도죄'로 고발한다는 무시무시한 경고를 덧붙인다.
센스 있는 아파트 관리 행정 필요해
필자는 순간 안도의 마음이 들었다. 아파트 드나들며 눈길로 주는 정을 주기로 한 그 꽃이 죽지 않고, 어느 집에선가 잘 자라고 있을 수도 있다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는 생각은 1,200 포기 중에서 30 포기면 2.5% 정도 없어진 것인데, 관리사무소에서 너무 호들갑을 떠는 처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파트 공용물을 개인적으로 가져가서는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일들을 가지고 엘리베이터마다 경고문까지 붙이는 일은 조금은 과도해 보였다. 만약 필자가 아파트 관리업무에 관여하는 사람이라면, 봄이면 1,200 포기 꽃 구매해서 심을 때 한 500 포기 정도는 더 구매해서 아파트 놀이터나 경로당 앞에서 주민들에게 몇 포기씩 나눠주는 센스를 발휘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것은 작게, 큰 것은 크게, 부드럽게
사람은 작고 소소한 일탈들을 한다. 그런 용인할 수 있는 애교 수준의 일들은 그냥 너그럽게 애교로 넘기는 것이 좋다. 작은 것을 들춰서 자칫 큰일로 번지지 않게 관리하는 것도 인생을 나름 행복하고 안전하게 사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요즘 현대 사회를 살면서 아파트 층간소음을 심각한 범죄에 준하는 엄중한 사회적 갈등으로 증폭시키다 보니, 종종 살인에까지 이르는 일이 발생하는 것처럼, 작은 것은 작게, 큰 것은 크게, 각각의 경중에 맞게 가중치를 적용해서 처리해나가면 조금은 부드러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찌 됐든 죽은 줄 알았던 그 꽃이 살아 있을 수 있다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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