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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50대 가장, 동네 산책 길에서 얻은 '민들레'로 비빔밥을 해 먹다.

by 대한민국 50대 남자 2022.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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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요일, 맑은 날씨 적당한 온도에 헐렁한 추리닝 차림으로 동네 산책에 나선다. 조금만 걸어가니 북한산에서 흘러나오는 창릉천에 이른다. 창릉천 산책로 주변은 정말 좋다. 멀지 않은 시야에 북한산이 굽어보고 수량도 적당하고 맑다.

 

민들레 비빔밥을 맛있게 비벼놓은 모양이다.
민들레 비빔밥

 

창릉천 물길 따라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고, 둑방에는 벚꽃, 철쭉 등 여러 가지 꽃과 나무들이 잘 조성돼 있다. 잠시 산책을 멈추고 벤치에 앉아 있자면 지하철 3호선이 지하에서 빠져나와 지상으로 이어지는 철로 위를 달린다. 달리는 전철이 그리 크지 않은 정겨운 소리를 내며 어릴 적 기찻길 옆의 추억도 떠올리게 한다.

 

 

창릉천 둑방 민들레 뜯는 어르신들

창릉천 둑방에는 벌써부터 동네 어르신들이 쑥이나 민들레 같은 봄나물을 채취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동그란 스티로폼 간이의자를 만들어 앉아서 조그만 칼로 이리저리 분주하게 나물을 뜯는 모습은 정말로 한가롭다. 시골에서 자란 필자는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로 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러면서도 어르신들이 힘들게 채취해 간 저 봄나물들을 자식들에게 가져다주면 흔쾌한 마음으로 받아주며 기뻐해 줄 오늘날의 며느리는 몇이나 될까? 하는 현실적인 세태도 생각하게 된다. 어머니 뵙는 마음으로 나물 뜯는 어르신께 몇 마디 건네고 너스레를 떠니 힘들여 뜯은 민들레 한 움큼을 주신다. 됐다고 손사래를 쳐도 기어이 까만 봉투에 넣어주시는 막무가내 정 보따리를 집으로 들고 들어오면 아내에게 떠넘길 일도 아니다. 나이 오십 넘기고 이런 정도의 재료로 손수 비빔밥 해서 가족에게 나눠주는 일은 또 다른 일상의 즐거운이 되었기 때문이다.

 

 

민들레 싹싹 씻어, 고추장, 참기름, 계란 프라이 하나 얹어

싱크대에 제법 큰 그릇으로 물을 받아 놓고 얻어온 민들레를 간단하게 다듬고 잘 씻어준다. 갓 땅에서 올라온 민들레의 뿌리를 잘라낼 때면 정말 건강에 좋을 것 같은 흰색 끈적한 즙 같은 것이 나온다. 이것을 보는 순간 겨울을 버티고 새순으로 올라온 오늘 이 민들레에게 미안한 마음도 살짝 든다.

 

 

잘 씻어 물기를 뺀 민들레를 칼로 적당하게 세로로 잘라 주고, 따뜻한 흰쌀밥 위에 올리고 참기름, 고추장을 보태고 미리 준비해 놓은 계란 프라이를 얹어주니 정말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민들레 비빔밥이 되었다. 가족들 불러 모아 민들레 얻어온 사연 얘기하며 한창인 봄의 정취를 입으로 느끼는 호사를 누린다. 필자는 요즘 이러고 산다.

 

 

이런 사소한 작은 식단을 손수 마련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것도 이제 곧 다가올 은퇴와 노령 생활을 준비하는 것이니, 이 또한 배움과 행복을 동시에 연습할 수 있는 비빔의 기술이 아닐까 한다. 대한민국 50대 가장 이제는 민들레 비빔밥 정도는 뚝딱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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