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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50대 가장, 식목일, 나무 심으며 이런 생각도 한다

by 대한민국 50대 남자 2022.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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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회사로부터 근무지를 변경한다는 인사명령을 받고, 새로운 근무지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 도심에 위치해서 매일같이 출퇴근 전쟁을 치르던 근무처에서 그래도 한적하면서 출퇴근 시간이 여유가 있는 근무지로의 발령이었다.

 

필자가 심은 복숭아 나무에 꽃이 한 가득 피었다.
복숭아 꽃

 

사람이란 중앙에서 밀려나면 드는 생각들이 다들 비슷할 텐데, 필자도 인간인지라 잠깐의 허탈함을 느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별일도 아닌 것을 금방 깨닫게 된다. 중심이 있으면 주변이 있고, 주변이 있어야 중심이 있다. 내가 설립한 회사도 아닌데 어찌 내가 항상 중심부에 머물 수만 있단 말인가.

 

 

 

 

나무 심고 3년, 수확의 기쁨

곧 마음을 정리하고 맡겨진 업무를 의미 있게 하려고 마음먹던 그때가, 요즘처럼 식목일이 얼마 지나지 않았던 시기였다. 한적한 근무처에 나무 몇 그루 심을 수 있는 자리가 있어 근처 나무시장에 들러 사과나무 한 그루, 자두나무 한 그루, 복숭아나무 두 그루, 포도나무 두 그루를 사서 심었다.

 

 

 

 

그리고 나무마다 나무의 종류와 심은 날짜를 잘 적어 인식표를 붙여놓았다. 일 년이 지나자 자두나무 한 그루가 죽었고, 이년이 지나자 사과나무마저 한 그루 죽었다. 그러나 3년째 되는 작년에는 나머지 나무들이 모두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복숭아나무 두 그루에서 복숭아를 30개 정도 수확을 했고, 포도나무 두 그루에서는 노란색 마트 바구니 3개 가득 수확을 했다. 복숭아는 잘 씻어 동료들과 나눠먹고, 포도는 포도주를 담가 그해 연말 송년회 등 모임에서 잘 나눠 마셨다.

 

 

 

 

4년 차, 복숭아꽃 만발하다, 포도 새순은 기상이 하늘을 오를 기세

또다시 4년째 봄이 돌아와 오늘 보니 복숭아나무가 이제는 굵기도 튼실하고 화려한 꽃을 피웠고, 포도나무는 올해도 걸리는 무언가만 있으며 딛고 하늘에도 오를 기세로 새순을 돋으며 기개를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이 두 놈들 사진을 찍어 감상하며 이 글을 적고 있다. 꽃피고 새순 돋는 기세를 보니 올해의 수확은 작년보다는 훨씬 많을 것 같다. 그러면 수확의 기쁨을 나눌 캐파도 늘어날 것이다.

 

 

 

 

4년의 세월, 나는 얼마나 성장했나, 그래서 또 나무를 심어 보련다

그러나 세월은 흘러갔음에 저놈들이 저렇게 자라 날는 4년의 시간 동안 나는 인간으로서 얼마나 성장을 했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부에 축적이나 명예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내적인 성장과 그 결과의 발현으로 주변의 사람들이나 환경에 얼마나 좋은 영향과 기쁨을 주는가에 대한 반성도 해본다.

 

 

 

 

내일은 출근길을 조금 서둘러 아직 봄 묘목시장이 한창일 테니, 새로운 4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이번에는 배나무, 사과나무, 살구나무 한두 그루씩 사서 심어봐야겠다. 내가 이곳을 떠나도 저 나무는 아무개 선배가 심어놓은 것이라는 이야기는 남을 것이다. 물론 그 아무개에 대한 인평이 후배들에 따라 긍정과 부정의 극과 극을 달릴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나이가 되어서, 타박할 마음도 생기지 않으니, 이 또한 나이 듦에 따른 커다란 깨달음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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